[연예]장나라 아버지 주호성씨 '사랑하는 딸에게'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06분


《가수 탤런트 MC로 활약 중인 장나라는 연극배우 주호성(본명 장연교)의 딸. 장나라의 팬 사이트를 직접 관리할만큼 끔찍한 딸사랑으로 유명한 그 아버지가 딸에게 편지를 썼다.<편집자>》

나라야.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너를 만난 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구나. 그래도 늘 TV에 나온 네 모습을 늘 지켜보고 있단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고생이 많지? 화려함만큼이나 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공허감이 어떤 것인지 아빠도 잘 알고 있다. 방송을 마치고 새벽에 들어와 정신없이 자고 있는 네 모습을 보면 얼마나 딱하고 안쓰러운지…. 얼마 전 한달만에 처음 아빠랑 식사를 함께 했을 때 많이 수척해진 모습에 가슴이 아팠단다.

넌 어릴때부터 속이 참 깊은 아이였어. 초등학생 때 한 방송사가 실시한 전국 어린이 동화구연대회에서 은상 탔을 때 기억나니.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한 턱내라고 성화였는데,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을 아는 넌 부모에게 말도 못하고 며칠을 끙끙댔었잖아.

연극 배우로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아빠를 넌 원망하기도 했을꺼야. 그렇지만 늘 밝은 넌 엄마의 기분을 풀어주기도 하고 힘든 아빠에게 재롱을 부리며 가정이 웃음을 잃지 않게 해줬지. 처음 방송에 나온 네 귀여운 모습이 지나치다 싶었는지 사람들은 작위적이라는 비난도 했었어. 그 때 아빠는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단다.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아빠는 알고 있으니까.

아빠는 나라가 찡그리지 않는 연예인이 됐으면 좋겠어. 너무 바빠 때론 짜증도 나고 힘겹겠지만, 아빠는 한 번도 네 투정과 응석을 받아주지 않았지. 그건 아빠가 아닌 연예계 선배로써 널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야. 아빠가 연극을 하던 시절, 그보다 더한 고통과 시련도 견뎌내야 했거든. 그래야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다. 네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인만큼 끝까지 네가 책임을 져야하는 거야.

네가 이만큼 인기를 얻은 건 네 혼자힘으로 가능했던 게 아니란다. 주변 사람에게 늘 겸손해야해. 아직 어려서 지금은 세상이 다 네 것 같겠지만, 인기에 연연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아빠는 나라가 장인정신을 갖고 이 일에 임했으면 좋겠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다. 다음에 아빠랑 데이트할 땐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나라에게 예쁜 프리지아 한다발을 사주마. 몸 건강하고.

2002. 3. 1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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