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역사스페셜'…수원화성 성벽은 왜 낮을까?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01분


아름다운 성(城)으로 알려진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곳곳에는 독특한 구조물과 성곽형태가 눈에 띈다. 조선시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이장하기 위해 만든 화성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장인들이 치밀한 계획아래 설계한 전투용 성곽이기 때문이다. KBS1 ‘역사스페셜’(밤 8시)은 26일 철옹성으로서의 화성을 재조명한다.

총길이 5km에 달하는 화성은 규모에 비해 높이는 5m를 넘지 않는다. 전투시 방어에 불리할 정도로 낮은 성곽은 무엇을 의미할까. 창이나 활이 전쟁에 사용되는 주된 무기였을 땐 높은 곳에서 공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화포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화포로 성벽 아래를 공격받으면 성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높은 담은 불리하다. 화성의 성벽이 낮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화성에는 다른 성곽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공심돈(空心墩)이 셋이나 있다. 공심돈은 전시에 사용되는 장거리 관측소로 위아래로 구멍을 뚫어 바깥 동정을 살필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총포를 쏠수 있게 돼 있다. 각 총구와 포구에 무기를 설치할 경우 공심돈은 한 번에 엄청난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최고의 전투요새로 변신하게 된다.

이 밖에도 적의 측면공격을 대비한 적대(敵臺)와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적의 접근을 빨리 관측할 수 있는 치(雉) 등 화성에는 조선의 독창적인 성 건축 문화가 곳곳에 녹아있다.

당시 화성에는 조선 최고의 정예부대인 장용영(壯勇營)이 주둔하고 있었다. 화성방어를 위한 외영에만 3000명이 넘는 군사가 배치되는 등 화성이 병력의 요충지로 부상한 까닭은 무엇일까.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수도 방위의 대안으로 수원을 내세웠던 것이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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