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국제음악제와 '립싱크' 파문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13분


가수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외모도 춤도 아닌 ‘노래’일 것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 아시아 음악제에서 발생한 ‘립싱크(녹음된 테이프에 입을 맞추는 공연) 파문’은 한국 가수들이 이같은 필수조건을 망각하면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댄스그룹 ‘엑스라지’와 ‘테이크’는 이 음악제에서 그룹 부문 대상과 금상을 수상했으나 곧바로 한국과 일부 외국 가수들이 립싱크 문제를 제기해 ‘실격처리 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경연장선 라이브가 당연

이에 대해 ‘엑스라지’와 ‘테이크’의 소속 기획사는 “상을 받고 돌아왔는데 무슨 말이냐”며 펄쩍 뛰었다. 이들의 음악제 출전을 지원한 문화관광부 산하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측도 26일 △음악제측이 립싱크에 동의했고 △수상 결과는 진실하고 유효하다는 내용의 상하이 음악제 조직위 공문을 보여주며 ‘실격 처리설은 오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반된 의견이 나온 것일까? 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상을 취소하진 않았지만 다른 가수들이 립싱크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상은 줬지만 물의를 빚었던 건 사실’이라는 얘기였다.

‘중국에서 공식발표를 않되 한국에서 수상소식을 홍보하는 것은 인정한다’는 음악제 조직위 공문도 석연치 않다. 실제로 행사 직후 주최측인 중국 동방 TV는 대상과 금상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열풍'에 찬물 우려

하지만 이번 논란의 본질은 국제적인 음악제에서 립싱크가 과연 적합한가에 있다. 설령 주최측에서 립싱크를 허용했다 해도 이번 행사가 아시아 가수들의 경연장이라면 라이브로 노래하는 게 당연하지 않았을까.

또 마이크 등 음향 시설이 열악했다는 이유도 궁색하다. 대다수의 다른 가수들이 라이브로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노래가업(業)’인가수가‘음향이 부실하고,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노래를 포기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이번 립싱크 파문이 중국 대만 홍콩에 불고있는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한 라이브 가수는 “대외적으로 한국이 립싱크 가수들의 천국으로 인식될까 걱정된다”며 “외국 음악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립싱크로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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