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맞춤' 비디오로 유익한 한가위를…

  • 입력 2001년 9월 28일 10시 50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한가위는 ‘민족의 명절’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무얼 해야 할까? 묵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휴일을 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여유 시간을 활용해 좋은 비디오 몇 편을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여럿이 함께 볼 만한 비디오를 추천해본다.》

▼가족과 함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소한 말다툼은 늘 있기 마련. 세대간의 갈등을 부드럽게 치유할 수 있는 영화는 없을까?

▽가족갈등 풀어줄 코미디

‘키드’(The Kid)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와 만나 좌충우돌 소동극을 빚는 거다.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중년 남자는 과거의 잃어버린 꿈을 다시금 조우하게 된다. 나중에 크면 개를 길러야지, 결혼도 하고, 비행기 조종도 해야지. 그런데 현실 속의 나는 이뤄 놓은 게 아무 것도 없잖아? 단지 이기적인 사람일 뿐…. ‘페노메논’과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판타지 계열의 코미디물을 주로 만든 존 터틀타웁 감독이 이번에도 비슷한 장기를 자랑한다.

▽동화책같은 소박한 애니

‘프린스 앤 프린세스’(Princes et Princesses)는 최근 애니메이션 작업이 컴퓨터를 이용한 3D 기술로 치닫고 있는데 비하면 너무나 소박하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마치 오래된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흥을 준다. 어렸을 적 읽었던 왕자와 공주 이야기, 그리고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삶의 우화들 말이다. 너무 익숙해진 탓에 뻔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전래 동화의 변주가 재치 있다.

▽소년과 로봇 눈높이 맞추기

‘아이언 자이언트’(Iron Giant)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에 덧붙여 냉전시대에 관한 풍자와 심각한 반전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호거스’라는 소년은 작은 산 하나 높이의 로봇과 친구가 된다. 신기한 건 이 로봇에게 ‘영혼’이 있다는 점. 로봇은 소년에게서 성장의 의미와 마음을, 소년은 희생정신을 각기 배우면서 서로의 눈높이를 조금씩 조절해간다.

▼연인, 혹은 친구들끼리…▼

한가위는 최근 너무 짧아진 가을이라는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계절 분위기를 즐기면서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볼 수 있는 비디오 몇 편을 추려본다.

▽가을정취-사랑 아우른 수작

‘가을 이야기’(Conte D’automne)는 누벨바그의 거장인 에릭 로메르의 영화.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마갈리라는 중년 여성을 둘러싸고 그의 지인들이 남자를 소개시키는 와중에 빚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희비극을 담고 있다. 로메르 감독의 연작 시리즈 중의 한 편으로, 가을 정취와 사랑이라는 감정의 고운 결을 고스란히 살려낸 수작이다.

▽숀 코너리의 카리스마연기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ester)는 ‘아이다호’를 만든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 ‘호밀 밭의 파수꾼’을 쓴 J D 샐린저라는 작가를 모델로 한 이색 드라마다.

위대한 대문호와 흑인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시와 소설에 관한 주옥같은 대사를 쏟아낸다. 은둔 작가를 연기한 숀 코너리의 일견 침묵하는 듯하면서 조용하게 빛을 발하는 카리스마를 눈여겨볼 만하다.

▽TV시리즈중 화제작 모음

오랜만에 만난 젊은 친구들끼리는 인기 TV 시리즈 중에서 화제작만을 엄선한 ‘베스트 오브 프렌즈’ (The Best of Friends)와 프랑스 영화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La Vie Revee Des Anges)이 좋겠다.

재치와 유머로 똘똘 뭉친 친구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삶의 누추함 속에서 역설적으로 부각되는 우정의 중요성을 각각 되씹을 수 있는 작품이다.

▼혼자 있을 때…▼

명절을 홀로 보내야 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제안.

▽운명적 사랑 꿈꾸는 솔로들

솔로들의 영원한 ‘고전’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멕 라이언의 매력적인 자태를 만날 수 있고,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언제나처럼 작은 위로가 될 법하다.

▽다시보는 60년대 최고스타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솔로’라면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고전 한국 영화들을 볼 수 있을 듯.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년)도 그 중 한 편.

1960년대 장르 영화의 달인이었던 이만희 감독이 당시로선 놀라운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한국전 당시 전장에 뛰어든 군인들의 전투, 그리고 전쟁에 대한 허무감을 드러낸다. 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등 당대 스타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의찬<영화평론가> sozin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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