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정통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 '그란디아2'

  • 입력 2001년 8월 9일 14시 07분


정통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 그란디아2는 롤플레잉 게임 '루나'시리즈와 슈팅게임 '실피드'를 개발한 게임아트사의 작품이다. 가정용 게임기인 드림케스트로 출시된 게임이지만 국내 개발사인 '막고야'에서 한글화를 통해 PC게임으로 컨버전 했다.

배경은 물론 캐릭터까지 3D그래픽으로 제작된 이 게임은 빛의 신 그라나스에게 패배한 어둠의 신 바르마가 봉인 당하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신체를 조각조각 나누어 봉인된 바르마는 언젠가 부활해 세상을 암흑으로 몰아넣겠다고 예언한다. 사람들은 바르마가 부활하는 날을 어둠의 날이라 부르며 두려워한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고객의 의뢰를 해결하고 대가를 받는 청부업자 류도. 게임이 시작되자 마자 빛의 신 그라나스를 섬기는 교회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의뢰 내용은 그라나스신을 위해 노래하는 가희 엘레나를 보호해 달라는 것. 류도의 호위에도 불구하고 엘레나는 봉인 되어있던 바르마의 날개에 빙의된다. 바르마가 부활하는 중요한 열쇠가 돼버렸다는 얘기. 게다가 엘레나는 차분하고 상냥하지만 부잣집 아가씨 같은 본래 자신의 성격과 과격하고 조금은 잔인한 밀레니아의 두 가지 성격이 공존하는 2중인격자가 되고 만다.

엘레나에게 빙의되어 있는 바르마의 날개를 제거하고 어둠의 신 바르마가 부활하는 것을 막는 것이 게임의 목적. 조금은 진부한 설정이지만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와 맛깔스러운 성우들의 연기가 게임에 푹 빠져들게 한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재미를 좌우하는 것은 전투다. 롤플래잉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인데 조금이라도 지겨운 부분이 있으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 그런 면에서 <그란디아2>의 전투는 나무랄 때 없이 잘 만들어졌다. 빠른 전개는 물론 3D게임의 화려함까지 겸비되어 있다. '파이날 판타지'의 액티브 배틀과 마찬가지로 시간에 흐름에 따라 공격 순서가 돌아온다. 덕분에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그란디아2>의 전투는 연타 공격 크리티컬 공격 그리고 마법과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아트' 만의 독특한 전투시스템을 조금 발전시킨 모양이다. 연타공격을 사용하면 가지고 있는 행동력 만큼 필드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격을 하는데 난타전이 연상될 만큼 빠르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장점. 전투의 꽃인 마법과 특수기도 충분한 볼거리다. 다이렉트 3D를 기반으로 한 특수효과에서부터 동영상까지 화려한 화면을 보여준다. 마법의 속성은 8가지가 있는데 아이템에 따라 그 속성이 달라진다. '파이날 판타지'의 '마테리아 시스템'과 비슷한 설정이다.

종례의 일본식 롤플레잉과 달리 이 게임은 캐릭터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레벨보다는 아이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최근의 온라인게임처럼 가지고 있는 장비에 따라 능력치가 다르다. 게다가 '디아블로'처럼 전투에서 얻은 마술포인트와 특기포인트로 체력이나 마법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필드를 이동할 때마다 무작위로 전투를 벌여야만 했던 기존의 일본식 롤플레잉과는 다르게 필드에 적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스퀘어의 간판작 중의 하나인 '로멘싱 사가'처럼 필드 이곳 저곳에 흩어져있는 적들이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불필요한 싸움은 피해 갈 수 있다. 그러나 레벨업을 고려해 본다면 이곳 저곳에 숨어있는 적을 찾아서 죽여야만 하는 불편도 있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특별히 어려운 퍼즐 없이 부드러운 게임진행, 박진감 넘치는 전투까지, 이 게임은 명작 롤플레잉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저기 숨어있는 게임에 버그들은 아쉬운 대목이다. PC로 이식하면서 생긴 버그들인데 게임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영향이 크다. 3D 롤플레잉에 고질적인 문제인 길 찾는 문제도 여전하다. 화면상단에 나침반이 목적지를 가리키는 시스템을 채용했지만 화면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탓에 목적지는 커녕 게이머가 어디 있는지도 판별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일본식 롤플레잉이라서 잘 정립된 판타지적 세계관과 현실감 있는 게임진행 일품인 '발더스게이트'와 비교해보면 조금쯤은 엉성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아기자기한 세계에 푹 빠진다.

강용구<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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