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정세진 아나운서 "마이크 앞에만 서면 차분해져요"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36분


요즘 KBS 주니어 아나운서 중 가장 잘 나간다는 정세진(28)을 만나기 위해 26일 오전10시반 경 휴대전화로 그를 찾았다. “(들릴 듯 말듯) 여보세요∼”(정세진) “회의 중이었군요.”(기자) “아뇨, 잤어요.”(정세진)

스케줄을 들어보니 금세 늦잠이 이해됐다. 2TV ‘생방송 세계는 지금’(월∼목 밤12·10)과 1FM라디오 ‘저녁의 클래식’(매일 오후6·00)은 전부 생방송이다. 주말에는 9시 뉴스도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2TV ‘클래식 오딧세이’(일 밤12·40)는 전문 프로그램이라는 특성 때문에 제작 회의에도 참석한다.

이렇게 경력 5년 차(97년 입사)로서는 이례적인 활약을 보이는 정세진의 경쟁력으로는 단연 ‘요즘 세대 같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꼽힌다. 미혼 여성들에게 각종 예절을 지도하는 ‘예지원’ 출신일 법한 단아한 외모에, 방송 진행 중 자신을 극도로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도 지녔다.

코멘트도 “다음 곡은 누구의 무엇입니다” “이 연주로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히셨으면 합니다”는 식이다. 거침없는 사견과 개그맨 수준의 입담을 쏟아내는 대개의 엔터테이너형 아나운서들에 비해서는 분명 보수적이다. 8일 ‘클래식 오딧세이’의 50회 방송을 기념해 자신의 하루를 소개한 ‘셀프카메라’ 코너에서도, 그는 그저 바쁘게 일하는 풍경을 ‘건조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그 때문인지 진행 중인 프로그램도 모두 고전적인 것 일색이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정세진은 방송에서 보여준 ‘밀납 인형’같은 이미지와는 다른 점도 있었다.

본보가 지난해 ‘클래식 오딧세이’ 첫회를 ‘타깃층이 분명치 않다’고 다소 비판적으로 지적했던 것을 거론하자 “맞아요, 그 때 동아일보가 ‘깠었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심야 프로그램이 많아 시청률은 불리하겠다”고 했더니 “다음날 인터넷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상관없어요. 그나저나 인터넷으로는 방송에서 ‘버벅거린’(실수한) 장면도 계속 볼 수 있으니 걱정이에요”라고 했다.

말하는 것이 거침없다는 지적에 그는 “나도 가끔은 두 가지 이미지 중 어느 것이 본래 내 모습인지 헷갈린다”고 털어놓는다.

연세대 영문학과 92학번인 정세진은 졸업 후 KBS 입사 전까지 모 기업체의 사내방송 요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