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엔터!문화현장-<방귀대장 뿡뿡이>의 즐거운 녹화장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41분


“준비됐나요∼♪”

“네.네.네.네.네!”

서울 우면동 EBS ‘방귀대장 뿡뿡이’ 녹화 스튜디오. ‘짜잔형’의 말에 병아리처럼 삐약대던 28명의 아이들이 힘차게 대답한다.

고정출연하는 8명의 ‘정예 멤버’는 짜잔형과 케이크 모양의 무대위에, 나머지 스무명의 ‘방청객’은 엄마와 함께 케이크주변에 둘러 앉았다.

스튜디오 구석의 초록색 작은 텐트에서 ‘뿡뿡이’가 나왔다. 뿡뿡이에 대한 아이들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늘 이렇게 숨어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한다고 했다.

TV에서와 달리 뿡뿡이는 매우 작았다. 뿡뿡이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김영옥씨(35). 인형캐릭터 연기만 9년째다. 키 130㎝, 몸무게가 27㎏인 왜소한 체격이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뿡뿡언니’로 통하는 김씨는 “유아들과 어울려야 하는 인형캐릭터 배우는 몸집이 작을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다른 아동극에 쓰이는 탈인형은 일반 연기자 체격에 맞춰 제작돼 누구나 입을 수 있지만 뿡뿡이는 김씨에게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인에겐 너무 작다. 대타가 없는 만큼 몸이 아파도 출연을 펑크낼 수가 없다. 스튜디오에 울리는 뿡뿡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우 이선호씨.

낮 1시 50분. 평소보다 2시간 늦게 녹화가 시작됐다. 4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마련된 새 코너 ‘노래배우기’의 첫 녹화날이어서 세트 설치가 오래 걸렸던 것. 이날 아이들이 배울 노래는 ‘아에이오우’와 생일축하곡을 개사한 ‘정말 축하합니다’ 등 두 곡.

“얘들아,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어야지.”

“빙글빙글 돌아.”

무용선생님 김보선씨가 카메라 앞에 서서 목이 쉬어라 외친다.

10분쯤 지났을까. ‘아에이오우’ 가 몇 번 되풀이되자 방청객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케이크 위의 ‘선수’들도 몸을 비비튼다. 엄마를 찾는 아이, 코를 후비는 아이, 뿡뿡이를 만지는 아이….

누군가 “쉬마려”하자 “나도” “나도” 연달아 세명이 따라 일어섰다. 스태프들이 얼른 아이들을 안아다가 엄마한테 데려다 준다.

뿡뿡이가 잠시 텐트에 들어가 쉰다. 탈을 벗은 뿡뿡언니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배어있다. “여름에는 땀이 하도 쏟아져 아예 눈을 못 뜰 정도”라고 했다. 뿡뿡이 탈을 한번 써봤다. 겨우 절반만 들어간다. 스폰지여서 무겁지는 않았다. 머리부분에 기계장치가 있다. 뿡뿡이가 말할 때 머리부분이 열릴 수 있도록 한 리모콘 장치라고 했다. 밖이 보이도록 뿡뿡이 눈 부분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아―에―이―오―우 ♪

녹화가 다시 시작됐지만 이미 절반은 딴청이다.

“요단아 손!” “서진이는 뭐 해?”

사탕까지 동원해 아이를 달래본다. 보다못해 카메라맨이 나섰다. “아저씨가 누가 제일 예쁜가 봐야겠다. 여기 쳐다봐.”

급기야 화가 난 무용선생님. “요단이는 아무래도 케이크에서 내려와야겠다.”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요단이.

“울면 녹화 못하는데…” 할 수 없이 또 휴식이다.

정작 남선숙 PD(32)는 느긋하다. “녹화하다 말고 낮잠자는 애도 있는데요, 뭘.”

얼마전 아빠가 된 짜잔형 권형준(31)은 뮤지컬 배우. 쉬는 동안에도 녹화에 지친 아이들과 잘 놀아줘 엄마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결국 요단이는 내려오고 방청석에 있던 민규가 케이크 위로 올라가게 됐다. 요단이는 엉엉 목놓아 운다.

이 고생을 하는데 왜 아이를 데리고 오는 걸까. 고정출연자인 딸 하원이(41개월)와 함께 과천에서 온 손경희씨(34)는 “애가 뿡뿡이를 너무 좋아하는데다 여기 와서 성격도 더 명랑해졌다”고 했다. 고정 출연 아동의 편당 출연료는 1만2000원. 그래도 지난해 8월 고정 출연 유아를 공개 모집하자 무려 900명이 몰렸다. EBS는 4월부터 주2회 방송을 주5회로 늘렸다.

<방귀대장 뿡뿡이>는 본방송(오후 4시45분)보다 재방송(오전8시30분)의 시청률이 더 높다. 4∼9세 아동의 재방송 시청률은 10%대. 유아 프로그램으로는 매우 높은 수치다. 특히 점유율로 따지면 최고 70%가 넘을 정도다. 비디오도 이미 5만개, 뿡뿡이 인형도 6만개 이상 팔렸다.

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는 EBS가 올해 프로그램 제작비를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바람에 뿡뿡이의 제작비도 지난해 편당 35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이 빠져 ‘뿡순이’와 ‘뿡돌이’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아―에―이―오―우♪

스무번도 넘게 들어서인지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두 번째 곡은 의외로 너댓번만에 통과됐다. 오후 3시. “뿌이뿌이 뿡”하는 뿡뿡이의 인사와 함께 1시간10여분만에 겨우 10분짜리 한 편 녹화를 마쳤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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