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요즘 누가 어린이 프로 보나요?"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9시 08분


지상파 TV의 어린이프로그램 시청률이 급락하고 있다.

KBS 편성국 만화영화팀측은 “97년 인기가 높았던 ‘날아라 슈퍼보드 4’의 평균 시청률은 17%를 기록했는데 현재 가장 인기가 좋은 ‘태권왕 강태풍’은 12%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SBS 영화팀 이경숙부장도 “98년 6월부터 99년 3월까지 방영된 인기만화 ‘슬램덩크’의 평균시청률이 20%였는데 비해 지금 가장 시청률이 좋은 ‘포켓 몬스터’의 시청률은 13%”라고 걱정했다.

실제 시청률조사기관 AC닐슨의 조사를 봐도 매년 11월기준 서울지역 어린이프로그램 시청률 변화에서 97년 11.0%, 98년 11.0%, 99년 7.2%, 2000년 5.5%로 3년만에 시청률이 절반이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청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주시청자인 어린이의 생활패턴이 바뀐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대다수 어린이들이 오후 어린이프로그램 방영시간에 학원을 다니느라 TV를 볼 시간이 없다는 것. 또 인터넷, 컴퓨터 게임, 비디오, 케이블TV 등 어린이들의 관심을 돌릴 다양한 매체가 등장한 것도 중요한 이유다.

시청률 하락은 편성시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MBC는 하루 90분가량이었던 오후 어린이 프로 시간을 가을 개편부터 60분으로 줄였다. 어린이 만화 한편을 폐지하고 오락 프로그램(‘임성훈 안연홍의 비디오쇼’와 ‘자연은 살아있다’)을 배치한 것. 이같은 결정에는 올해 10월부터 적용된 국산만화 쿼터제도 만만치 않은 작용을 했다.쿼터제에 다르면 KBS와 MBC는 전체 만화시간의 40%, SBS는 35%를 의무적으로 국산만화를 방영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만화의 구입비용은 일반적으로 한편당 300만원 정도인데 비해 국산만화의 경우는 제작비를 모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1200만원∼1억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MBC 관계자는 “시청률과 연계된 광고수익도 줄어드는 마당에 제작비용은 더 많아지니 아예 만화방영 시간 자체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방송사 관계자들 역시 “오후 어린이시간대 주시청자가 20, 30대 여성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혀 어린이프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들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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