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왕과 비' 야간촬영, 가스횃불 안전성 논란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바람이 거세던 8일밤 서울 창덕궁 인정전 앞. KBS 드라마 ‘왕과 비’의 촬영이 있었다. 연산군이 생모인 폐비 윤씨를 복원하는 장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인정전 앞 월대엔 가스 횃불 8개가 타오르고 있었고 주변엔 LPG 통도 있었다.

이를 지켜본 겨레문화답사연합 강임산 사무국장. “바람 부는 날 밤에, 세계문화유산 한복판에서 횃불을 지펴놓고 촬영하다니. 그것도 소방차도 한 대 대기시켜 놓지 않고….”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지 고궁에서의 드라마 촬영.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MBC 드라마 ‘국희’ 촬영팀이 허가도 없이 안동의 병산서원에서 기생파티 장면을 촬영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당시엔 “신성한 서원에서 기생 파티 장면을 찍다니. 그렇게 몰상식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이번엔 “야간의 횃불 장면 촬영이 화재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사무국장은 아예 고궁에서의 촬영 자체를 문제 삼는다. “문제는 야간 촬영만이 아니다. 금연 구역인 궁궐에서 촬영 도중 흡연을 일삼고 건물 안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제작팀이 실제 건물 현판 위에 현판을 덧씌워 고궁을 세트장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이에 대해 KBS의 윤창범 PD는 “참가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야간 촬영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고 가스 횃불도 사전에 안전테스트를 거친 것이다. 옆에 소화기도 준비해 놓았었다”고 말했다.

물론 드라마의 촬영 자체를 금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문화재청도 촬영을 허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재는 어떤 이유로도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대전제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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