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임백천 원더풀…', 정보없이 해프닝만 나열 '전파낭비'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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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What?”(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SBS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일 밤10·55)은 주말에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 정체성이 가장 취약한 것 같다. 오락과 교양에 약간의 시사성을 내세워 온 ‘임백천의…’는 전신(前身)인 ‘주병진의 데이트라인’부터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물론, 웃음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기폭제도 찾지 못했다. 갖가지 포맷을 섞는 퓨전이 당대의 유행이라지만 ‘임백천의…’는 그와도 거리가 멀다. 수시로 코너를 교체해 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13일 방송을 보자. 2주 전 신설한 ‘만보 걷기’ 코너. 탤런트 김선아의 허리에 만보기를 채워 하루동안 얼마나 걸었나 체크하는 데 10분 이상을 소요했다. 그런데 그뿐이다. ‘운동부족으로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시청자에게 각성의 기회를 주자’라는 기획의도와 연결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코너 진행자인 개그맨 표인봉이 김선아의 하루를 6㎜ 카메라로 따라잡으며 “얼마나 걸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떻게 살을 뺄 수 있는 지” 등의 정보가 빠진 것은 물론이다.

수차례의 성형수술을 한 후 “새로운 삶을 얻었다”는 두 여성의 얘기를 듣는 코너는 그저 “수술하니까 인생이 편해지더라”는 신변 잡담에 그쳤다. “성형 수술은 외모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심리학적 치료”라는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날 최종회로 방송된 ‘김종석 대학가다’ 코너는 그나마 ‘임백천의…’에서 내세울만한 아이템이었다. 영화 ‘트루먼쇼’를 연상케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래도 뒤늦게 공부하는 한 연예인의 고민을 더러 비춰주곤 했다. 그렇다면 최종회에서는 그간의 고민을 적절한 수준에서 반추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지만 그동안 김종석이 입시학원 등에서의 해프닝만 보여 주었다.

TV 프로그램의 폐해는 비단 선정성이나 폭력성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주말 심야 핵심시간대를 1시간 동안 꿰어차고 그저그런 콘텐츠로 전파를 낭비하는 것도 ‘직무유기’일 수 있다. 10%대의 저조한 시청률은 다큐멘터리 등 본격 교양프로그램에나 ‘미덕’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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