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진실'의 박선영, 악녀役 실감연기

  • 입력 2000년 1월 11일 19시 52분


10일 밤 의정부 경찰서. MBC 수목드라마 '진실'(밤 9·55)의 녹화가 한창이다. 이신희역을 맡은 박선영(24)이 얄미운 수작을 부린다. 실제 자신이 교통 사고를 내놓고도 김자영(최지우 분)에게 책임을 덮어 씌운 뒤 오히려 그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조건을 내건다. 정현우(류시원)를 차지하기 위해 자영에게 "현우와 헤어지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겠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에게는 이신희의 차갑고 못된 성격이 인상적이다.

박선영이 '진실'에서 '악녀' 연기로 착한 김자영과 갈등 구조를 이루며 지난주 시작한 이 16부작의 드라마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박선영이 이처럼 개성짙은 연기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 96년 KBS 슈퍼탤런트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뒤 '하얀 민들레' '정 때문에' '내일을 향해 쏴라' 등에 출연했지만 '악녀'는 처음인 셈.

"내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주위에서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캐스팅 전 주위에서 박선영은 허스키한 목소리에다 성격도 활달해 표독스런 연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예상외로 그는 악녀 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한국 여성 탤런트들은 청순가련형의 스타일을 선호하는데다 그나마 개성이 있다면 신세대 특유의 통통 '튀는' 스타일이 전부. 그래서 박선영이 '진실'에서 보여주는 '못된' 연기는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박선영은 그러나 "아직 전문적 영역을 정하기 보다 연기 생활을 길게 보고 다양한 배역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더 농익은 연기를 해 볼 기회가 있으면 개성이 강한 '텔 미 썸딩'의 악녀 심은하 역을 먼저 하고 싶다고.

박선영은 또 MBC 일일극 '날마다 행복해'에서는 '진실'의 이신희와 전혀 다른 연기를 한다. 여기서 맡은 배역은 치과의사 나금희로 자기 주장이 강하긴 해도 남자앞에서는 영 쑥맥인 여자.

박선영은 "배역이 너무 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야누스가 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날마다 행복해'의 이재갑 책임프로듀서(CP)는 "연기폭이 넓고 복합적인 성격을 잘 소화해내는 능력이 있다"면서 "아직 앳된 구석이 가시지 않아 경험과 자기 고민이 좀더 쌓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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