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인아웃]여성앵커 머리 손질

  • 입력 1999년 7월 4일 18시 37분


‘앵커형 머리’. 미용업계 용어가 아니라 방송가 용어다.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났지만 방송사 아나운서 면접 시험이 있을 때면 여의도 미용실에서는 “아무개 앵커처럼 해주세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SBS 아트텍’ 분장팀 소속의 김미정씨(27)는 이른바 헤어담당 ‘뉴스 코디네이터’. 원래 그는 드라마나 쇼프로에서 연예인들을 위해 주로 일해왔다. 그러나 3개월전부터 SBS 뉴스프로에 출연하는 아나운서와 앵커의 헤어스타일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쇼프로담당 코디네이터가 뉴스프로에 투입되는 일은 흔치 않다.

김씨의 역할은 의상 분장 담당자와 조를 이뤄 뉴스 앵커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것.

그는 “앵커형 헤어스타일은 목이 훤하게 드러나도록 옆머리와 뒷머리를 짧게 자르고 앞 부분은 파도치듯 웨이브를 주는 것”이라며 “머리카락 한올도 이마쪽으로 내려오지 않을 정도로 단정한 모습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야 뉴스에 신뢰감을 준다는 주장.

한수진(SBS ‘8뉴스’) 황현정(KBS ‘9뉴스’) 김은혜(MBC ‘뉴스데스크’) 등 여성 앵커들의 판에 박은 듯 닮은 헤어스타일이 바로 앵커형 머리다.

“CNN 등 외국 방송의 뉴스를 보면 긴머리, 짧은 머리 다양한 헤어스타일로 뉴스 분위기에 변화를 주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조금만 머리모양을 달리 해도 ‘점잖은 뉴스 앵커가 압구정동에서 노는 10대들 같으면 되겠느냐’는 항의전화가 금방 걸려와요.”

그래서 나름대로 변화를 주는 것이 머리 색깔. 검은머리는 화면에서 무거운 느낌을 주므로 갈색으로 염색하거나 부분적으로 명암을 준다. 몇년전에는 앞머리를 무스로 빳빳하게 세우는 ‘공작새 머리’가 유행하기도 했다.

“뉴스시간에 내용은 들리지 않고 헤어스타일만 보인다”는 김씨는 “이것도 직업병인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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