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래퍼」김진표 『이번엔 마약폐해 읊었어』

  • 입력 1999년 6월 8일 20시 06분


근친상간에서 마약으로. 래퍼 김진표가 이번에는 마약 중독의 폐해를 신랄하게 꼬집은 노랫말을 담은 ‘알’을 발표했다. 그의 노래 ‘추락’이 근친상간의 내용을 노랫말에 담았다는 이유로 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받은지 3주만이다.

최근 발매된 음반 ‘노바소닉’에 담긴 노래 ‘알’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몸에 무언가 들어와 내 몸을 조금씩 파먹는다. 남은 건 내 몸위 주사자국 지울 수 없는 상처야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내 몸이 알이다. 내 안에 나 아닌 내가 있다…’

김진표는 “마약이나 환각제가 청소년들의 정신과 몸을 파먹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추락’과 달리 이번 음반에는 노골적인 표현이 거의 없다.

“유해판정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표현의 한계를 아직 모르겠다. 이번 음반에는 격렬한 록사운드 덕분에 직설적인 표현 없이도 하고 싶은 주장을 제기할 있어 이 한계를 극복했다.”

김진표는 이번에 새 그룹 ‘노바소닉’을 짜 새 음반을 내놨다. 그룹 ‘넥스트’의 전멤버 김영석 이수용 김세황과 함께 그룹을 만든 것. 이들의 만남은 바로 록과 힙합의 결합. 록과 힙합 계의 스타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한껏 높이려는 것이다.

랩+록은 ‘하드코어 랩’으로 불린다. 리듬에 맞춰 멜로디없이 단어를 내뱉는 가사인 랩을 격렬한 사운드를 가진 록에 접목시킨 것. 이 분야에서는 미국 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이 대표적이다. 90년대 등장한 이 그룹은 ‘하드코어 랩’으로 최근 음악팬들의 폭발적 지지를 얻고 있다.

“랩에 사운드를 더해 새로운 표현을 해보고 싶어 팀을 새로 만들었다. 파괴적인 사운드를 내뿜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분노 절망 등의 표현이 가능했다.”(김진표)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의 가사는 모두 김진표의 작품. 사회와 기성 질서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태양의 나라’는 새천년을 맞을 준비를 하자는 것이고 ‘어!대한민국’은 IMF의 된서리를 맞은 서민들의 억울함을 그렸다.

음반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랩과 록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판매도 보름만에 10만장을 넘어 멤버들이 가진 ‘이름값’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노바소닉’이 추구하는 하드코어 랩은 신세대들을 열광시키는 폭발력을 지녔다”며 “‘노바소닉’은 세계 음악계의 유행을 우리네 양식으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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