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열정 하나로 칸에 가는 4인의 한국감독

  • 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26분


올해 ‘칸으로 가는 감독들’은 4명의 젊은 단편영화 감독들이다. 이들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나란히 진출한다.

‘영영’(감독 김대현·30) ‘동시에’(김성숙·36) ‘소풍’(송일곤·29)등 3편이 모두 10편을 선정한 단편경쟁부문에 올랐다.

그리고 ‘집행’(이인균·31)이 영화학교 졸업생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시네 파운데이션’부문에 진출, 한국은 올해 단편경쟁부문 최다 진출국이 됐다.

칸 단편경쟁부문은 제인 캠피온(호주)등 세계적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네 편의 영화는 모두 삶의 고통과 비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들의 시신을 앞에 둔 어머니의 회한(영영), 청계천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겨진 삶(동시에)을 그려냈는가 하면 한 가족의 동반자살(소풍), 사형수의 종부성사를 맡은 신부의 혼란(집행)을 함축적인 영상에 담아냈다.

그러나 감독들의 이력은 모두 제각각. 폴란드 우쯔 국립영화학교에 재학중인 송일곤은 4명가운데 아마 가장 유명한 감독일 듯. 97년 한 국제전화의 CF모델로 TV에 나왔던 그는 같은해 ‘간과 감자’로 서울단편영화제 대상을 탔다.

반면 김성숙감독은 84년부터 6년간 인천 부평과 주안의 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을 했던 전력이 있다. 결핵에 걸려 학교에 돌아온 뒤 “초등학교때부터 일기를 시로 써오면서 내가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즐긴다는 것을 깨닫고” 늦깎이로 영화를 시작했다.

김대현감독은 현재 방송작가로 활동중이며 이인균감독은 대학을 마친뒤 다시 영상원에 진학, 올해 졸업했다.

이들이 칸에 진출하게 된 ‘영광’의 이면에는 영화를 향한 열정 하나만으로 제작과정의 온갖 어려움을 감내해온 ‘고군분투’가 숨어있다.

“사비를 털어 모든 작업을 혼자 했다. 준비에만 석달이 걸렸다. 동생에게 직장을 잠깐 쉬게 한뒤 남자배우를 맡겼다.”(김대현)

“촬영기사가 얻어온 짜투리 필름으로 재촬영을 했다. 한 필름에 1분이 넘는 장면을 담을 수 없어서 전부 한 번에 O.K를 내면서 촬영했다.”(김성숙)

“연기자와 스탭진이 전부 무보수로 참여했다. 사형수 역을 맡은 아이는 스탭이 길에서 데려온 학생인데 연기 경력이 전혀 없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이인균)

이들의 꿈은 자신의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것. 김대현감독은 “혼자 즐기려고 만든게 아닌데 단편영화 상영기회가 극히 제한돼 있어 서운하다”고 했다. ‘영영’ ‘집행’ ‘소풍’ 3편의 배급을 맡은 영화사 미로비전은 칸에 사무실을 열고 해외배급에 나설 계획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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