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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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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로 지난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더니 연타석홈런 격인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는 물오른 그만의 색깔을 인정받았다.
물론 SBS ‘백야3.98’에서 난데없이 맡은 첩보원 아나스타샤는 기대이하였지만 그의 격상된 ‘위상’에는 별 흠집을 낼 수 없었다.
심은하가 주연을 맡은 작가 김수현의 78년 리메이크 작 SBS ‘청춘의 덫’(27일 첫방송)은 방송에서 그의 위치를 가늠할 리트머스시험지 같은 작품이다.
TV로 데뷔했고(94년 MBC ‘마지막 승부’) ‘M’ ‘아름다운 그녀’ 등 적잖은 드라마를 했지만 그의 팬들은 ‘백야3.98’의 실패가 있었기에 ‘미술관…’의 춘희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21일 오후 강원 춘천 소양호 선착장에서 만난 그는 별 동요가 없었다.
“‘청춘의 덫’은 21년전, 그러니까 제가 6세때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제가 맡은 윤희(당시는 이효춘)의 딸 혜림이가 아버지없이 살아가는 게 불쌍하다고 운적도 있대요. 그런데 제가 그 작품을 하게되다니, 호호호….”
분명 영화에서 얻은 자신감이다. 사실 얼마전까지 ‘청춘의 덫’은 심은하의 연적(戀敵)인 영주역에 고소영 이승연이 캐스팅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유호정으로 결정됐고 심은하를 배반하는 동우역도 김민종에서 이종원으로 최근 교체돼 촬영여건이 그리 좋지않았다.
하지만 촬영팀 합류 이틀전까지 제주도에서 영화 ‘이재수란’을 촬영하고 상경해 독감으로 비틀거렸어도 그는 정말 꼿꼿해 보였다.
촬영장에 동행한 어머니 고경희씨(53)는 “입이 짧던 은하가 요즘은 억지로라도 먹는다”며 맏딸이 ‘프로’라고 자랑이다.
‘청춘의 덫’은 이제까지의 ‘청순가련’에서 자신의 연기 폭을 확장시키는 과정의 심은하에게 ‘이미지 원대복귀’일 수도 있겠는데 그는 다른 생각이었다.
“아직 팜 파탈(Femme Fatale·요부)이나 액션히로인은 이질감을 느끼는 만큼 운신의 폭을 점점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만큼 TV에서 ‘심은하표’이미지를 재확인시키는 작업이라고 봐요.”
끝까지 당당해보여 얄미울 정도였다. 라이벌은 누구냐니까 “이전엔 국내 특정배우를 모델로 삼았는데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줄 알았다”며 경쟁자는 자신뿐이란다.
〈춘천〓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