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경숙씨가 본 日영화 「하나비」]

  • 입력 1999년 1월 22일 19시 16분


《일본 문화개방 이후 국내 극장에 걸린 최초의 일본영화 ‘하나비’가 비디오로 출시된다. ‘하나비’를 보고 소설가 신경숙이 글을 보내왔다.》

작년 이맘때 쯤 일본에 2주일 정도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인 여행이 아니어서 일정이 빡빡했는데 도쿄에서 어느날 한나절의 빈 시간이 주어졌다. 가이드가 뭘하고 싶으냐고 묻길래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즈음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라고 하면서 ‘하나비’를 보게 해주었다.

일본어를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하나비’를 본들 반이나 소통이 될까?하는 생각을 하고 갔는데 나는 옆의 일본인보다도 더 열심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쯤의 영화전체를 통틀어서 첫 대사이며 마지막 대사였던 병든 아내의 딱 한마디 “고마워요”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다른 일본인 관람객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일본내에서는 코미디언으로 알려져 있는 기타노 감독이 영화로는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해외에서 상을 타가지고 와서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하며 그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도 다 감독이 그렸다고 했다.그리고 얼마 안있더니 우리나라에서도 기타노 다케시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드디어는 ‘하나비’가 일본개방 영화1호로 상영되었다.

그래서 우리말로 번역된 분위기는 어떨까 하고 다시 한번 봤는데 참 우스운 일은 말을 전혀 못알아 들었던 경우, 말하자면 일본에서 본 경우가 내 경우엔 더 나았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비’는 대사를 전혀 못알아들어도 화면으로 통하는 그런 영화중의 하나다.

‘하나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적인 폭력성과 또 그와는 반대인 고요와 적막을 품고 있으면서 코미디언 출신 감독의 영향때문인지 가끔은 웃음이 푹, 터지는 영화다.

나는 ‘하나비’를 관람하는 동안 폭력앞에서는 진저리를 쳤고, 적막에 쌓인 아름다움앞에서는 편안해하며, 뜻밖의 상황의 유머앞에서는 웃음을 터뜨리며 ‘하나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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