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개혁 「시동」…신임 박권상사장『독립성 확보 우선』

  • 입력 1998년 4월 27일 07시 05분


코멘트
박권상 신임 사장의 취임이후 이제 막 시동이 걸린 KBS의 개혁은 어떻게 진행될까.

박사장은 20일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다지는 일”을 첫번째 과제로 꼽았고 인사원칙과 관련해서도 “온정주의나 파벌주의가 발붙일 곳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22일 전격 단행된 본부장과 계열사 사장 인사에서는 이같은 인사의 원칙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도본부장 경영본부장 TV본부장을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개혁적 성향의 인사들로 교체했으며 계열사 사장들도 5명가운데 3명을 본부장급이 아니라 실, 국장급에서 충원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

그러나 KBS 개혁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개혁의 중심과제라 할 정치적 독립의 내용과 범위에 대한 이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25일 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실업기금 모금을 위한 바자 생중계 건을 둘러싼 마찰은 그 단적인 예다.

KBS 노조는 바자 생중계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23일 오후 사장실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결국 바자 생중계는 이같은 마찰과 비난여론을 의식한 국민회의측의 사양으로 취소됐다. 박사장이 취임한지 불과 사흘만에 이처럼 개혁의 파트너인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한 일은 앞으로의 개혁추진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KBS가 이달초 노사합의로 발족시킨 개혁실천 특별제작팀의 시사 프로그램 ‘이제는 말한다’도 만만치 않은 파문을 낳을 듯하다.

‘KBS―굴종과 오욕의 역사’‘조선일보를 해부한다’‘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시작할 이 프로는 다음달 3일부터 일요일 밤9시 2TV 방송 예정이었으나 27일로 계획됐던 프로그램 개편이 연기됨에 따라 방송일정이 불확실해졌다.

개혁실천팀은 상부의 간섭을 일절 배제한다는 합의하에 구성됐지만 예고된 방송의 내용에 간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외압’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KBS의 독립성이 쉽지 않은 일임을 짐작케한다.

이와 함께 재정의 공영성 확보를 비롯, 프로그램의 공영성과 경쟁력의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이냐 등도 박사장이 헤쳐나가야 할 난제들이다.

〈김희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