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양희은,「봄날의 희망」노래 통기타 콘서트

  • 입력 1998년 4월 23일 08시 00분


서슬퍼런 무언가에 눌려 침묵이 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노래는 분노의 배출구이고 잠시 시름을 잊는 넋두리이자 다가올 좋은 세상을 향한 희망가였다.

정태춘과 박은옥 그리고 양희은.

저편 너머에서 시대를 부르던 그 가객(歌客)들이 봄날 콘서트로 찾아온다.

80년대이후 가요의 사전검열제 등 노래와 연결된 현실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정태춘 박은옥이 30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98포크콘서트―건너간다’를 갖는다.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건너야 할까. 그 해답은 이들이 최근 낸 음반 ‘정태춘 박은옥 7집―정동진/건너간다’에 들어있다.

정태춘은 “사람들은 90년대를 꿈이 없는 상실의 시대로 부르지만 동의할 수 없다”며 “미완의 형태였지만 민주화와 통일 등 이 시대의 지침으로 아직도 유효한, 80년대에 잉태된 열정들을 노래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날 ‘모래시계’ 세대를 상징하는 강원도 강릉시의 정동진을 찾았다가 무지개, 그것도 쌍무지개를 만났다고 한다.

그 사연을 담은 타이틀곡 ‘정동진’을 비롯, ‘건너간다’ ‘수진리의 강’ ‘들국화’ ‘소리없이 흰눈은 내리고’ 등 아픔의 연대와 희망의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가수 강산에 한경애 한영애와 재일동포 출신 조박, 국악인 겸 영화배우 김명곤이 초대손님으로 출연.

서울 공연은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02―766―5417).

70년대의 상징적 존재이면서도 그 넉넉함으로 90년대까지 아우르는 가수 양희은.

그가 지난해 ‘지금 우리는 한계령을 넘는다’에 이어 1년만에 콘서트를 연다.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02―3272―2334).

‘나 그대를 사랑하기에’ ‘연인들’ 등 최근 신곡과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에서 ‘아침이슬’까지 37년간 그가 쌓아온 노래인생의 나이테가 한올한올 풀어진다.

콘서트의 부제는 ‘여보, 우리 힘내요’. 방송인 오숙희 최유라와 개그맨 서세원의 부인인 서정희 등 개성있게 사는 3명의 여성이 등장해 이야기를 나눈다. 12명으로 구성된 가톨릭 남성폴리포니앙상블과 클래식 기타 건반 등으로 70년대풍 통기타의 정감어린 무대를 연출할 예정.

양희은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는 세상을 손쉽게 밝히던 전깃불이 갑자기 정전된 상황인 것 같다”면서 “어깨가 처진 중년들이 이 콘서트를 통해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호롱불 밑의 여유와 재미, 희망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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