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란다.
KBS 2TV 수목드라마 「그대 나를 부를때」에서 청각장애인 역을 맡은 탤런트 김지수(25).
머리속으로는 대사를 떠올리고 손으로는 수화를 하고 얼굴로는 표정연기를 해야 하니 『죽을 맛』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신이 나고 들떠보였다.
지난주 「그대 나를 부를때」가 첫 방영됐을 때 해맑고 애틋한 몸짓으로 청각장애인을 연기하던 김지수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애타는 심정을 표현해낸 그의 연기가 그럴듯해 실제 청각장애인들이 PC통신에 『연기가 아주 실감난다』고 평했을 정도이다.
김지수는 5,6회 분량의 대본을 미리 받으면 수화교사 집에 가서 동작을 배운 뒤 대본에 손모양을 그려놓고 시험공부하듯 수화를 익히느라 밤잠을 설친다. 수화에 신경이 팔려 감정을 놓칠까봐 늘 걱정이다.
연기생활 6년 동안 김지수는 줄곧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여린 모습으로 비쳐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걸걸한 성격」이어서 자신의 이미지가 못마땅할 때가 많다.
『「종합병원」(MBC)에서 간호사 역을 할 때도 늘 말을 못하고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는 모습이었잖아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도대체 얘는 왜 말을 안하는 거야」하고 많이 답답했어요』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정말 말을 하지 못하는 역을 맡았지만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이전의 배역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청각장애인 김인화는 절대로 나약한 여자가 아니에요. 술고래인 아버지가 죽고 하나뿐인 오빠는 철창에 갇히지만 자기 힘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고 허름한 티셔츠와 바지에 운동화차림으로 카메라앞에 섰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TV에 나오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의 「그대안의 천사」(KBS) 「산」(MBC)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김지수는 이번 배역에 애착이 크다.
수화를 하는 대목에 독백을 넣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말못하는 사람의 심정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자는 마음에서 안된다고 고집했다. 촬영현장에서 누가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돌아보는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차라리 귀를 틀어막고 할 수만 있다면…』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코믹하고 그악스러운 역도 해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한가지다.
『이 직업요? 한마디로 노가다예요. 나는 「스타」는 아닌 것 같고… 바라는 게 있다면 보는 사람들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