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티, 찢어진 청바지, 레게파마…는 청소년에게 해로운가?
최근 방송3사가 「청소년 유해복장」이라는 이상한 말까지 만들어가며 TV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옷차림과 머리모양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KBS와 MBC가 지난달부터, SBS는 4일부터 쇼 프로그램 녹화 전에 염색머리나 레게파마, 검은 선글라스, 남자출연자의 귀고리 등을 단속한다.
이 때문에 지난달 「H.O.T」의 멤버들은 염색머리를 감추기 위해 두건을 써야 했고 머리를 삭발한 「클론」의 구준엽,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지누션」, 귀고리를 단 「언타이틀」 등이 지적을 받았다.
「쿨」은 배꼽티와 슬리퍼 차림으로 무대에 서려다 급히 신발을 바꿔신고 천으로 허리를 가려야 했다.
이같은 단속의 이유는 『가수들의 복장과 머리모양이 청소년들의 정서에 해롭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방송사들이 「보호」하려는 1318들은 대체로 못마땅한 반응들이다.
중3년생인 이승택군(15)은 『배꼽티같은 건 이미 흔한 옷차림인데 연예인들이 그걸 입으면 청소년에게 해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가수 복장을 따라할 아이들은 TV에 나오지 않아도 다 찾아서 한다』고 말했다.
PC통신 하이텔에서도 반대여론이 뜨겁다.
『우리가 스타가 하는건 뭐든지 따라하는 바보인 줄 아나. 우리도 즐기는 거다. 우리가 못하는 것을 하는 스타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ID:MICKEY88)
『가수의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면 그것을 본 청소년들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으로 가수들의 표현의 자유와 대중들의 볼 권리를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ID:field)
『청소년 문제가 생기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단 눈에 보이는 것부터 단속하고 보는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ID:w7723)
물론 지나치게 노출이 심하고 괴상한 차림새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지마라」는 명령과 규제가 청소년들의 건전한 문화형성에 도움이 된 적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이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