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밴드 지니아의 음악반란…컴퓨터로 작곡편곡

  • 입력 1997년 6월 17일 07시 54분


꼭 10년 동안의 우정. 초등학교 시절 만난 두 소년의 꿈이 스무살이 넘은 지금 열매를 맺는다. 올 가을 「인간 본성의 핵심」이라는 앨범을 내놓을 그룹 「지니아(ZINNIA)」의 김종숙(20·경희대 경영학과) 김도훈씨(21·연세대 사회복지학과)가 그 주인공. 올 가을 선보일 이들의 데뷔 앨범은 제작 방식이 「독특」하다. 세상에 널려 있는 평범한 가요 앨범과 다르다. 노래 연주 작사 작곡 편곡에 녹음까지 다른 사람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별 얘깃거리도 아니다. 이들이 자신을 「멀티미디어 밴드」라고 소개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앨범 재킷을, 그리고 곡에 맞는 뮤직 비디오 촬영까지 혼자 힘으로 해내고 있다. 들려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보여주는 것까지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이들이 선보일 데뷔 앨범의 뮤직 비디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다. 스크린 앞에서 멤버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한 후 한장 한장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배경을 그려붙이는 방식이다. 멤버의 얼굴을 빼곤 모두 그래픽 화면이다. 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문난 「컴키드」였다. 뛰어난 연주 실력이 없어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디 프로그램을 이용해 갖가지 악기 소리를 만들어내고 서로 혼합해 곡을 만들어낸다. 둘은 서로 다른 학교로 갈라진 중학교 시절을 빼곤 거의 매일 붙어살았다. 프로그래밍 작업과 컴퓨터 게임, 학교 시험 공부까지 완벽한 단짝이었다. 컴키드들이 그렇듯 학교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하루 5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붙어살았지만 머리가 좋았는지 늘 학교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암기가 불가능한 「수학」을 빼곤 말이다. 늘 자신을 믿어주고 하고싶은 대로 도와주는 부모님을 만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앨범 제작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프로그래밍에 도사라도 한계가 있었다. 두 친구를 돕기 위해 음악을 전공하는 윤수진씨(20·연세대 작곡과)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도울 정승희씨(21·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가 지난해 팀에 합류했다. 멤버 4명이 각자의 분야에서 역할을 해낸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다. 이번 데뷔앨범만 가지고 이들이 꿈을 다 이루는 건 아니다. 컴퓨터 게임의 인터랙티브한 재미와 환상적인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앨범을 만드는 게 「지니아」의 최종 목표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다. 이번 앨범은 그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한 시험무대일 뿐이다. 〈홍석민 기자〉 ▼ 우리앨범 이렇게 만들어요 ▼ 오는 9월쯤 완성될 데뷔 앨범에 실린 곡들은 대부분 록 발라드. 4옥타브를 넘나드는 리드 보컬 김종숙의 고음과 김도훈의 굵고 힘있는 목소리가 잘 조화된다. 학교에서 클래식을 배우고 있는 윤수진의 곡들은 전체적으로 고전적인 분위기를 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마치 줄거리가 탄탄한 컴퓨터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 물론 게임의 배경은 중세다. 이 앨범의 판매 방식도 독특하다. 바로 「맞춤앨범」 형식이다. 신세대의 필수 전공인 「인터넷」으로 곡을 먼저 내놓는다. 네티즌들은 맛보기로 여러 곡을 조금씩 들어본 후 마음에 드는 곡만 골라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CD롬으로 만들어준다. 듣기 싫은 곡까지 모두 실리는 다른 앨범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같은 시도 역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 현재 작업 진행률은 약 80%. 「비오는 하늘을 건너」 「그대 나의 아버지여」 등 앨범에 실릴 10곡의 녹음이 거의 끝난 상태다. 아직 타이틀곡을 만들지 못했다. 타이틀곡은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해주는 얼굴. 태어나서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생각이다. 모든 곡의 녹음이 끝나도 아직 할 일이 남는다. 바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한장 한장 공들여 그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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