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해외 재투자” 달러 보유
달러예금 금리 한달새 최대 0.21%P↑
5대銀 잔액 4월부터 늘어 647억 달러
정부 ‘고환율 억제’ 정책도 역부족
최근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던 시중은행 달러 예금이 4영업일 만에 16억 달러(약 2조4550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 수출 증가로 달러 보유량이 늘었지만, 해외 재투자를 위해 한화로 바꾸지 않고 있는 영향 때문이다. 달러 예금 금리도 한 달 새 많게는 연 0.58%포인트 올라 달러 보유를 부추기고 있다.
8일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에 따르면 5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개인, 기업, 기관 포함)은 647억 달러로 전월 말보다 16억 달러 늘었다.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이후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며 달러 예금 잔액이 600억 달러를 밑돌았는데, 4월부터 증가세다.
이는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수출이 늘면서 선계약금 등으로 확보한 달러가 많아졌다. 나아가 수출, 수입 기업 모두 향후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해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대신 달러 예금으로 보유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추후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해 예금으로 묶어 두거나, 환차익을 보려고 달러를 쥐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미 투자 등 해외 투자가 늘면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 달러 예금 잔액은 5일 현재 498억 달러로, 미-이란 전쟁 여파로 달러 보유량이 빠르게 감소했던 3월 말 대비 51억 달러 늘었다.
달러 예금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달러 예금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5대 은행 만기 1년 달러 예금 금리는 연 3.08∼3.38%로 1개월 전보다 0.11∼0.21%포인트 높아졌다.
달러 예금은 가입 기간별(7일 미만, 1개월 미만 등)로 금리가 다른데, 신한은행에서 1개월 미만 달러 예금 금리는 전월 동기 대비 0.58%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3개월 이상∼1년 미만 상품에 대해서 0.05%포인트, 1년 이상 상품의 경우 0.1%포인트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정부는 연초에 환율 오름세를 잠재우기 위해 은행, 보험 등 금융사에 달러 예금 금리를 낮추고 달러 보험 판매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일부 달러 예금 상품 금리가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연초 당국의 당부가 무색해지고 있다.
개인 달러 투자는 비교적 주춤하는 모양새다. 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전월 말 대비 2억 달러 줄었다. 달러 보험 판매액도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기준 지난달 약 424억 원으로, 연초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상품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는 만큼 지급 부담이 커져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공장을 증설하고 있어 달러를 한화로 환전하지 않고 있다”면서 “환율이 상승 추세에 있어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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