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추락·안전모 미착용까지 감지…AI CCTV 도입하는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3일 14시 28분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를 쓰기 전에는 매 순간, 모든 공간이 허점이었어요.”

지난달 26일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만난 유재민 유창하이텍 전무이사의 말이다. 유창하이텍은 다양한 화학물질을 배합해 폴리우레탄을 생산하는 회사다. 이날 방문한 유창하이텍 화성 공장에는 취급 주의가 필요한 화학물질이 다량 저장돼 있고 중장비도 수시로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사, 총무 업무 담당자 3명이 60인 규모 사업장 전체의 안전 관리를 겸하는 이곳에선 그동안 내실있는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유 이사는 “5인 이상 사업장 전체에 적용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대비책을 강구하다가 AI CCTV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경기 화성시 물류회사 동국의 화성센터 관제실에서 관리자가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관제실에는 현장 작업자의 ‘안전모 미착용’ 등을 알리는 경고음이 수시로 울렸다. 에스원 제공
지난달 26일 경기 화성시 물류회사 동국의 화성센터 관제실에서 관리자가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관제실에는 현장 작업자의 ‘안전모 미착용’ 등을 알리는 경고음이 수시로 울렸다. 에스원 제공

●실시간 현장 안전관리로 대형사고 예방

유창하이텍은 최근 에스원의 AI CCTV 솔루션 ‘SVMS(Smart Video Management System)’를 도입했다. 현장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을 감지하고 즉시 관리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보안 시스템이다. 관제실에서 수십 개의 CCTV 영상을 하나하나 들여다 봐야 하는 기존 관제 방법과 달리, AI가 보낸 알림을 확인하고 문제가 포착된 영상만 확인하면 된다. 상시 안전관리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맞춤 안전관리 시스템인 셈이다.

유 이사는 “이전엔 문제가 발생한 뒤에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고 잘잘못을 따지는게 최선이었다”면서 “AI CCTV를 적용한 이후 실시간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휴일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현장의 안전을 살필 수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이후 늘어난 안전관리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덧붙였다.

에스원의 AI CCTV 솔루션 예시.  화면에 나타난 작업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반드시 2인 이상이 작업해야하는 공간에 1명만 상주하는 경우 등 위험요소가 감지되면 알림을 보낸다. 에스원 제공
에스원의 AI CCTV 솔루션 예시. 화면에 나타난 작업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반드시 2인 이상이 작업해야하는 공간에 1명만 상주하는 경우 등 위험요소가 감지되면 알림을 보낸다. 에스원 제공
유창하이텍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물류업체 동국의 화성센터에도 AI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이날 둘러본 이 회사 관제실에선 현장 작업자의 ‘안전모 미착용’ 상태를 알리는 알림이 수시로 울렸다. CCTV 화면에 작업자가 나타날 때마다 AI가 동선을 따라가며 2인 이상 작업자가 필수인 공간에 1명만 투입되진 않았는지, 쓰러진 사람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위험요소가 감지되면 알림을 보냈다. 같은 내용의 알림이 회사의 안전관리자와 대표의 스마트폰으로도 실시간 전송돼 2, 3중 관리가 가능했다.

●‘맞춤 알고리즘’으로 사업장 안전 관리

AI CCTV는 일반적인 CCTV 영상을 AI가 직접 들여다보며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이미 사업장에 설치돼 있는 구형 CCTV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사업장 전체에 있는 CCTV 중 일부에만 AI 분석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추가하고 제외할 수도 있다.

지난달 26일 물류회사 동국의 경기 화성센터에서 안전관리자가 재활용장을 비추는 CCTV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재활용장에 하늘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화재’ 알고리즘이 적용된 구역이다. 화성=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지난달 26일 물류회사 동국의 경기 화성센터에서 안전관리자가 재활용장을 비추는 CCTV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재활용장에 하늘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화재’ 알고리즘이 적용된 구역이다. 화성=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현장에선 사용자 필요에 따라 ‘맞춤형 알고리즘’을 적용해 AI CCTV를 활용하고 있었다. 동국은 재활용장을 비추는 CCTV 영상에 ‘화재’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연기를 인식하는 일반 화재감지기는 실외 화재를 감지하기 어렵지만, AI CCTV는 영상 속에 피어오르는 불꽃의 형태, 크기를 AI가 분석하기 때문에 실외 화재도 재빨리 감지해낼 수 있다. ‘흡연’ 등 특별한 행위만을 골라 잡아내는 것도 가능했다. 유창하이텍에서는 작업장 2층과 공장 지붕 등에 영역을 표시해두고 사람이 접근하면 알림이 울리도록 설정해뒀다. 유 이사는 “사전 예고되지 않은 고공 작업을 인지할 수 있고,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낙상 사고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범용성 덕분에 산업 현장 외에도 AI CCTV를 채택하는 곳들이 늘었다. 교육 현장에서 사각지대를 비추는 CCTV에 ‘난동’, ‘흡연’ 등 알고리즘을 적용해 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방지하는 등 방식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무인점포에서도 AI CCTV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스원은 “올 1분기(1~3월) SVMS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CCTV#안전관리#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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