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 ‘일방적’…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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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익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진수 기자
백성익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진수 기자
‘일방적’이라는 표현은 많은 위험을 내포한다. 적어도 흑백논리가 있을텐데 한쪽으로 치우쳐 주장하는 건 시대를 거스르는 발상이기도 하다.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의견은 못질과 같아서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깊이 들어갈 뿐’이라고 했다. 일방적 설득이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중인 농협법 개혁을 둘러싼 논란도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법 개정의 투명성 강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당사자 간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정은 범농협 감사를 총괄할 별도 법인인 ‘농협감사위원회’ 운영과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2건을 발의했다. 정부와 여당의 강한 추진 의지를 고려할 때 입법은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이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일방적입니다.” 9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백성익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장 첫마디에는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다만 비대위는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백 위원장은 “농협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스스로 혁신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농업 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비대위는 개혁을 막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현장이 중심이 되는 진정성 있는 개혁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혁안은 정부가 주도해 발족한 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추진단’이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농·축협 조합장과 조합원은 배제됐고, 농업계 인사 참여도 3명에 그쳐 대표성 논란도 제기된다. 지난 1월 30일 출범한 추진단이 공청회나 설명 없이 개편안을 마련하고,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농협 측 주장이다.

농협 비대위는 이번 개정안이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전국 회원 농협의 출자로 운영돼 각 지역 농협의 의견을 수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정부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회원 농협 발언권이 약화되고, 중앙회 역시 독립적인 협동조합 조직이 아닌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백성익 위원장은 “결국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조직 자체를 위한 조직으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는 농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은 유류비 보조, 농자재 지원, 소비 촉진 사업 등은 중앙 정책만으로는 채워지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치 구조가 강화될 경우 정책 중심의 획일적인 지원으로 흐르면서 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어려워지고, 그 과정에서 일부 농민이 소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 조합장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개정안은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며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민주적 운영 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충북·충남·세종·경북·경남·강원 등 각 지역 조합장들은 성명과 건의문을 통해 회장 선출 방식 변경, 정부의 인사·감사 개입 확대 등에 대해 잇달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조합장들의 공통된 입장은 개혁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농협답게, 농업인 중심으로 충분한 공론화 속에서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백 위원장은 “직선제는 겉으로는 민주성 확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권한 집중과 정치화, 지역·품목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선거가 정책 경쟁이 아닌 인기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직선제를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성격과 부작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충분한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대위는 개정안 전면 재검토와 함께 공론화 절차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헌법과 협동조합 원칙이 보장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항은 재검토해야 하고, 과도하거나 형평성 논란이 있는 입법은 조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앙회장 선출 방식 변경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농업인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비용 유발형 개편과 중앙회의 기능 변화도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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