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기상청, 증상으로 본 질병]
[인터뷰] 유영동 고려대학교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췌장암 5년 상대 생존율 16.5%, 조기 발견하면 47.8%”
“흡연, 비만, 대사증후군, 만성췌장염, 유전변이 등 원인”
“황달, 체중 감소, 상복부·등 통증, 당뇨 악화 등 증상”
유영동 고려대학교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췌장암은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매우 낮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암 5년 상대 생존율(2018~ 2022년)은 72.9%인 반면, 췌장암은 16.5%에 그쳤다. 한 해 신규 환자는 9780명, 사망자 수는 7325명이었다. 하지만 췌장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상대 생존율이 47.8%까지 올라간다. 대신 원격 전이가 된 후 발견하면 5년 상대 생존율은 불과 2.4%로 급전직하한다.
문제는 췌장암의 조기 발견율이 전체 환자의 10%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췌장암 치료의 대가로 알려진 유영동 고려대학교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거나 너무 평범하고(소화불량·피로 등), 췌장의 작은 종양은 몸속 깊은 곳에 있어 만져지지 않는다. 국가암검진에도 포함되지 않아 암 발견 당시 원격 전이 비율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과연 췌장암의 발생 원인과 치료법은 무엇일까? 또한 생존율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 교수는 “50세 이후 새로 생긴 당뇨와 체중 감소는 췌장암 신호일 수 있다. 치료 성적은 ‘수술을 했느냐’만이 아니라, 적절한 병기 평가, 다학제치료, 항암치료를 끝까지 잘 받았느냐에 달려 있다. 분자유전검사(유전+종양유전자)에 해당하는 소수의 경우 치료 옵션이 바뀌어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아래는 유 교수와의 일문일답.
췌장 두부(머리)암 조기 발견 확률 높아
췌장은 어떤 장기인가?
“췌장은 배 안쪽, 등에 가까운 후복막에 위치한다. 위장 뒤편에 가로로 길게 누워 있다. 소화효소를 만들어 췌관을 통해 십이지장에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생성해 혈당을 조절하기도 한다. 췌장 주변에는 담관, 십이지장, 간문맥, 장간막혈관, 복강동맥, 상장간막동맥 같은 큰 혈관이 밀집해 있어 종양이 생기면 황달, 소화장애, 혈관 침범 등이 빠르게 발생한다.” 대표적 췌장암은?
“췌장암의 대부분은 췌액을 운반하는 관에서 발생하는 췌관선암이다. 암세포가 주변 혈관, 신경을 타고 전이가 쉽게 돼 예후도 가장 나쁘다. 이 외에 호르몬을 만드는 세포에 생기는 췌장 신경내분비종양도 있는데, 전이 속도 및 예후는 환자마다 다르다. 물혹 형태로 발견되는 낭성종양은 일찍 발견되면 치료 성과가 나쁘지 않다.”
발생 부위별 췌장암의 증상은?
“췌장 두부(머리)는 십이지장 옆, 담관이 지나가는 구간과 매우 가깝다. 여기에 암이 생기면 담관이 폐쇄되며 황달과 소변이 진해지고 대변 색은 옅어진다. 체부(몸통)에 암이 발생하면 황달보다는 상복부와 등으로 뻗치는 통증, 체중 감소 증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미부(꼬리)는 비장에 가까우며 암 발생 초기에는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발견되면 암세포가 커지거나 전이된 경우가 상대적으로 흔하다. 드물게 비장 혈관 관련 문제(비장정맥 폐쇄로 인한 위정맥류 등)가 동반될 수 있다.”
췌장암 의심 증상이 있다면?
“원인불명의 체중 감소, 식욕 저하, 등으로 뻗치는 상복부 통증이 주요 증상이다. 또한 새로 생긴 당뇨나 당 조절 능력 약화, 소화불량, 기름진 대변, 전신 피로 등이 2~3주 이상 지속될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새로 생긴 황달이나 설명이 어려운 급격한 체중 감소, 심해지는 상복부 및 등 통증, 당뇨 악화는 췌장·담도계 응급 신호이므로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발생 부위별 예후는 어떤가?
“두부암은 황달 증상 때문에 체부암이나 미부암보다 발견이 빠를 수 있다. 반대로 체부암이나 미부암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 암 진단 시 이미 진행되었거나 전이된 경우가 많다. 췌장 주변 큰 혈관(상장간막동맥·복강동맥·문맥 등)과의 거리와 침범 양상이 암 발생 위치에 따라 달라져 예후에 영향을 준다. 암 절제 수술이 가능하면 예후가 좋아질 확률이 커진다.” 췌장암의 원인은?
“흡연, 비만 또는 대사증후군, 만성췌장염 등이 우선 꼽히며 고령자에게 발병 비율이 높다. 유전변이도 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췌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상담이나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의료원 제공
절제 수술 기회 생기면 생존율↑
진단은 어떻게 하나?
“진행 병기와 절제 가능성 여부 판단은 조영증강 CT로, 담관 및 췌관 그리고 낭성 병변 평가를 위해서는 MRI 검사를 한다. 작은 병변과 조직 확진을 위해서는 내시경초음파와 조직검사가 병행되며, 진단 보조 및 치료 반응 추적을 위해선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기도 한다. PET-CT(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도 선택적으로 사용된다. 황달 증상이 있으면 내시경과 방사선을 동시에 사용한 조영 검사를 통해 담도 배액과 조직을 검사한다.”
췌장암의 주요 치료법은?
“암이 주요 혈관을 침범하지 않아 절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완치를 목표로 하는 수술과 보조적 항암치료를 한다. 하지만 암이 주요 혈관에 맞닿아 있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어 경계성 절제술이 가능할 때는 먼저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이거나 미세전이를 먼저 잡은 뒤 수술을 진행한다. 암이 주요 혈관을 심하게 감싸고 있어 당장 수술이 어려운 국소 진행 단계에서는 항암치료를 중점적으로 시행하며, 차후 수술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후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증상 완화 및 생존 기간 연장을 위한 전신 항암치료가 진행된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간, 복막, 폐 등으로 암이 원격 전이되거나 주요 동맥을 광범위하게 침범한 경우다. 이럴 때는 전신 항암치료와 통증 및 국소조절을 위한 방사선치료를 함께 한다. 황달, 십이지장 폐쇄로 인한 통증은 내시경, 시술, 완화의료 등으로 조절한다.”
생존 기간을 늘리려면?
“절제 수술이 가능한 경우 ‘재발을 얼마나 억제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때 보조 항암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국소 진행(전이)의 경우 항암 반응이 좋고 전이가 없으면 절제 수술 기회가 생기며, 이 경우 생존 확률이 개선될 수 있다. 원격 전이 단계의 경우 항암에 대한 반응, 전신 상태(체중과 근육량), 황달·감염 등 합병증 관리가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생존율이 높은 케이스는?
“전이가 되지 않은 국한 단계에서 발견돼 수술과 표준 항암치료를 완주하면 생존율이 올라간다. 또한 유전변이를 미리 알아 맞춤치료 혜택을 받는 일부 환자나, 항암치료에 반응이 매우 좋아 수술이 가능한 일부 국소 진행(전이) 환자들도 생존율이 높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금연’
최신 수술법이나 신약이 있다면?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수술로 성적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매우 중요해졌다. 술기의 발전으로 고난도 혈관 절제 및 재건, 최소침습(복강경·로봇)수술은 각 병원의 경험에 따라 선택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수술 후 보조 항암제인 ‘mFOLFIRINOX’가 기존 약물 대비 생존을 유의미하게 개선하고 있다. 일부 소수 환자는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어 분자유전검사가 중요해졌다.”
치료 후 발생 가능한 부작용은 무엇인가?
“수술 후 췌장액이 새는 췌장 누공, 출혈, 감염, 담즙 누출 등이 있을 수 있다. 외분비 기능 저하로 인한 소화불량, 지방변 또는 내분비 기능 약화로 인한 당뇨가 생길 수 있다. 기존 당뇨가 악화할 수도 있다. 항암치료 후 피로, 식욕 저하, 구역, 백혈구 감소, 말초신경병증도 생길 수 있다.”
치료 후 재발 가능성과 대처법은?
“췌장암은 재발 위험이 높은 암이라 수술 후 정기 추적이 중요하다. 국소 재발의 경우 항암치료나 재수술, 국소 치료를 고려한다. 원격 재발이 발생한 경우에는 전신 항암을 해야 한다.”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또 꾸준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과음을 자제해 만성췌장염 위험을 줄여야 한다. 채소·통곡물·생선·견과류 중심의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가공육·과도한 당류·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낮춰 당뇨·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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