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고민’된 상속-증여… 10년 법칙-현금 유동성 기억해야

  • 동아일보

알아두면 좋은 상속과 증여 Tip
최근 현금 증여 비중 높아졌으나… 1순위 고민은 ‘상속세 재원 마련’
조기 증여-전문가 세무 컨설팅 등
미리 현금 유동성 확보해야 도움

구성규 한화생명 63WM센터 WM(오른쪽)이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구성규 한화생명 63WM센터 WM(오른쪽)이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속과 증여는 일부 자산가만의 고민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급격한 자산 가치 상승과 세제 환경 변화는 상속과 증여를 국민의 보편적인 과제로 끌어올렸다. 이제 국민들은 ‘얼마를 물려줄 것인가’라는 1차원적 질문을 넘어 ‘어떻게 자산의 가치를 보전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섰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2019년 12.5%에서 2024년 60.8%로 5년 새 48.3%포인트나 증가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가구 열 곳 중 여섯 곳 이상이 이미 부의 이전을 경험한 것이다. 또 2020년 33%에 불과했던 상속·증여 계획 비중은 2024년 54.3%로 과반을 넘어섰다. 이제 상속은 알아서 처리되는 일이 아닌 생전에 치밀하게 계획해야 하는 과업이 됐다.

3명 중 1명 “세금 낼 돈이 없다”

부의 이전이 활발해지는 만큼 과세 당국의 시선도 날카로워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국세청 감정평가 사업’ 확대다. 과거에는 시가보다 낮은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신고해 증여세를 낮추는 방법이 정석이었다. 특히 시가 파악이 어려운 꼬마빌딩이나 토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세금을 낮추기 쉬웠다.

국세청은 이러한 누수를 막기 위해 직접 예산을 들여 전문 감정평가 기관에 의뢰해 자산 가치를 다시 매기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추이를 보면 국세청이 직접 개입해 결정한 증여세 가액이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납세자가 낮은 가액으로 신고하더라도 과세 관청이 시가를 찾아내 추징한다는 뜻이다. 이제 요행은 사라졌다. 객관적이고 보수적인 가치평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러한 과세 환경의 변화는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구성마저 바꾸고 있다. 2019년 상속·증여 자산 중 거주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5%로 압도적이었지만 2024년 조사에서 이 비중이 44.0%로 줄었다. 반면 현금·예적금 비중은 38.6%에서 53.9%로 급증하며 1위로 올라섰다.

향후 계획 중인 증여 유형에서도 현금·예적금에 대한 선호도는 84.3%로 집계됐다. 자산가들은 분쟁을 방지하고 세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 증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은 물리적으로 나누기 어렵지만 현금은 자녀들에게 깔끔하게 배분할 수 있어 상속 분쟁의 소지를 줄인다.

또 증여세와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납부하기 때문에 수십억 원의 건물을 물려받더라도 세금 재원이 없으면 자녀는 대출을 받거나 아까운 자산을 급매로 처분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 현금 증여 비중이 높아진 것은 부모 세대가 자녀의 세금 부담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상속과 증여를 준비하는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재원 마련’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상속을 준비할 때 37.6%, 증여를 준비할 때 37.5%가 세금 재원 마련을 1순위 고민으로 꼽았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클수록 고민은 깊어진다. 총자산 50억 원에서 100억 원 사이 자산가 중 절반에 가까운 47.4%가 ‘상속세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주식에 묶여 있기 때문에 막상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하기엔 유동성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가족 간 갈등(33.2%)이나 법률적 문제(22.8%)보다 ‘당장 낼 세금’이 더 무서운 현실이 된 것이다.

생전 현금 유동성 확보해야

성공적인 자산 이전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는 ‘10년의 법칙’을 활용한 조기 증여다.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합산된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소액이라도 꾸준히 증여해 시드머니를 만들어준 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자산 가치 상승분이 자녀의 몫이 되게 해야 한다. 가령 장기적으로 우상향이 예상되는 주식을 자녀의 증권 계좌에서 미리 사주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상속세 과표를 낮추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둘째, 현금 유동성을 설계해야 한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자산 구조상 상속 시 유동성 위기가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신보험과 같은 금융 상품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모 사후에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은 자녀에게 즉각적인 현금 유동성을 제공해 상속받은 부동산을 지켜내는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전문가와의 상시 상담 체계를 구축하는 게 좋다. 국세청의 감정평가 기준은 수시로 변하며 부동산 정책에 따라 세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지인의 경험담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전문적인 세무 컨설팅을 통해 정기적으로 자산의 시가를 점검하고 예상 상속세를 시뮬레이션해 매년 계획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상속과 증여는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다. 이는 한 세대가 평생에 걸쳐 일군 가치와 철학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준비 없이 맞닥뜨릴 때 축복이어야 할 유산은 가족 간의 분쟁과 세금 부담 등 무거운 짐이 된다.

세상은 변했고 과세는 촘촘해졌다. 부의 이전이라는 마지막 고개를 현명하게 넘기 위해서는 미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우리 집의 자산 지도를 펼쳐보자. 준비된 자만 세금이라는 장벽을 넘어 성공적인 자산 이전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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