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조, 9월 15조… 총 25조 수주
벤츠 “40종 이상 신차 출시” 맞물려
‘LG엔솔-벤츠 배터리 동맹’ 강화
업계 “시장 점유율 회복 전기 마련”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AG와 2조 원이 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와 올해 2년 동안 벤츠 한 곳에서만 약 25조 원어치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약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로부터 잇따라 대규모 수주를 따내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 벤츠 중저가 차량 배터리도 납품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와 계약 금액 2조601억 원짜리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25조6195억 원)의 8%에 해당하는 계약이다. 2028년 3월부터 2035년 6월까지 약 7년짜리 공급 계약이며, 유럽과 북미 지역에 납품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벤츠가 처음 손잡은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및 기타 지역 내 총 50.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약 7조∼8조 원으로 추정됐다. 올해 9월에는 미국과 유럽 지역 내 각각 75GWh, 32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체결했는데, 총 15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대규모 수주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고객사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통해 공급될 제품이 중저가형 전기차 제품군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표준형·중저가형 차종에 고전압 미드 니켈(Mid-Ni) 파우치형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을 납품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9월 대규모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40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형 전기차 제품군을 대폭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앞서 체결한 세 건의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벤츠는 하이엔드급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인 ‘46시리즈’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 46시리즈는 지름 46mm, 높이 80∼120mm 규격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고출력·고성능이 요구되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쓰인다.
● 중국 약진 속 ‘LG-벤츠 동맹’ 강화
이번 공급 계약을 두고 배터리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업체가 장악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되찾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2일 SNE리서치가 발간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1, 2위는 중국의 CATL과 BYD로 올해 1∼10월 각각 38.1%, 16.9%였다. 둘 다 지난해보다 점유율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3위·11.1→9.3%), SK온(공동 4위→6위·4.6→4%), 삼성SDI(8위·3.8→2.7%)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LG그룹 수뇌부와 만나 “LG와 벤츠는 혁신, 품질,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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