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와인 ‘잔’으로 골라 마셔 인기
아영FBC 매장에서만 18만 잔 팔려
백화점 3사도 글라스 와인 바 경쟁
20∼60대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대
원하는 와인을 ‘한 잔씩’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잔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오브신세계에 있는 ‘바이더글라스’에서 소믈리에가 고객들에게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17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오브신세계. 한 60대 남성이 일행 세 명과 함께 1층에 마련된 ‘바이더글라스’를 찾았다. 바이더글라스는 신세계백화점 소믈리에가 엄선한 프리미엄 와인을 1잔 단위로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김민주 신세계백화점 소속 소믈리에는 “이곳을 자주 방문하시는 단골 고객인데 가끔 혼자 오셔서 여러 와인을 즐기시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20, 30대 1인 여성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와인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병 단위 구매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잔 단위’로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기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 가심비 문화에 잔 와인 18만 잔 팔려
원하는 와인을 ‘한 잔씩’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잔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롯데 에비뉴엘 잠실점 ‘더페어링(The Pairing)’에 마련된 프리미엄 글라스 와인 존 모습. 아영FBC 제공종합주류기업 아영FBC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자사 직영 매장에서 판매된 잔 와인은 총 18만 잔(125mL 기준)에 달한다. 이를 병으로 환산하면 약 3만 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8만 잔 이상이 판매돼 누적 판매량은 20만 잔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잔 와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은 원하는 와인을 ‘한 잔씩’ 즐기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적 만족도)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홈술·혼술과 프리미엄 주류를 즐기는 트렌드가 퍼지며 글라스 와인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영 관계자는 “최근 잔 와인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아영FBC 직영 매장 ‘사브서울(Sav Seoul)’의 경우 올해 상반기만 2만 잔 이상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오픈한 ‘바이더글라스’는 이런 소비 트렌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하우스오브신세계 1층 와인셀라에 있는 바이더글라스는 식당이 아닌 ‘바(bar)’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고객은 바에 상주하는 신세계백화점 소속 소믈리에로부터 와인 산지별 특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선호하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와인 바’를 선보인 것은 그만큼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기려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바이더글라스 오픈 이후 매출은 내부 목표 매출의 130%를 초과 달성했다. 초반에는 30, 40대 와인 애호가 위주의 방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1월 한 달간 프리미엄 브랜드인 ‘크룩(Krug)’과 협업한 팝업 바를 운영하는 등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이다.
● 국내서도 ‘글라스 와인’ 판매 늘어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잔 와인을 즐겨 왔다. 특히 이탈리아, 프랑스 등 와인 산지로 유명한 국가들에서는 지역에서 생산한 로컬 와인을 글라스에 담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는 레스토랑과 바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고급 다이닝 문화와 글라스 와인이 결합돼 잔 단위로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춰 잔 단위로 와인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있는 ‘와인웍스’는 5대 샤토를 한 잔씩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글라스 와인 바’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와인 바는 오픈 후 목표 매출의 20%를 초과 달성했다. 2회 이상 이용한 고객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백화점은 6월 롯데 에비뉴엘 잠실점 6층에 초대형 와인 다이닝 공간 ‘더 페어링(The Pairing)’을 열었다. 더 페어링에서는 요리에 맞춰 잔 단위로 1000여 종의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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