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청강, 21개국 비공개회의서 공세
관세전쟁 휴전에도 신경전 계속
공동성명 ‘보호무역 반대’ 문구 충돌
中 “넣자” 美 “반대”… 결국엔 빠져
15, 16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리청강(李成鋼·사진)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겸 부부장이 미국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이 서로에게 부과했던 고율의 상호관세를 90일간 대폭 낮추며 관세전쟁 ‘휴전’에 들어섰지만 물밑 신경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통상 소식통 등에 따르면 APEC 통상장관회의에 중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리 부부장은 ‘특정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한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시행해 다자무역체제에 충격을 주고 세계 경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부부장이 언급한 ‘특정국’은 미국으로, 그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21개국 대표가 참석한 비공개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리 부부장은 많은 회원국이 미국의 조치에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APEC 회원국들이 보호무역주의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부부장은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이 같은 작심 발언을 했다.
미중은 이달 1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세 협상을 벌인 끝에 90일간 서로에게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11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관세 인하 협의에도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PEC 통상장관회의 공동성명을 내는 과정에서도 미중이 막바지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중국 측은 공동선언문에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포함하자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이 반대하며 끝내 해당 문구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미중이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각국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양자회담에 나섰다. 특히 미국과의 회담이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는 후문이다. 한국,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도 그리어 USTR 대표와 제주에서 장관급 관세 협상을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율 46%를 받아 든 바 있다.
한편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은 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양자 면담을 벌여 2차 실무협의 일정을 조율했다. 정부는 정밀지도 반출 허용,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완화 등이 미국 측 요구사항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방미단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