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경북 안동시의 한 주민이 불타는 산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은 국내 최대 송이 생산지다. 송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회복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뉴스1
“경북 영덕군 공판장에 나오는 송이의 약 70%는 지난달 산불로 타 버린 숲에서 자랐어요. 송이 채취만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죠. 공급량 자체가 줄어 송이 가격도 더 뛸 수밖에 없고요.”
14일 영덕송이생산자협의회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영덕군은 13년째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송이가 공판장으로 나온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달 발생한 대형 산불로 송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이로 인해 1등급품 국내산 송이의 가격이 kg당 100만 원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영남권을 할퀸 대형 산불로 송이를 비롯한 농·임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과도 과수원이 산불로 피해를 입어 올해도 지난해처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과거 산불로 일부 지역 생산량 73%↓
정부 관계자는 “산불 피해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국내산 송이 공판 가격은 1kg에 1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이는 산에서 채취하는데 산불로 송이가 자라는 숲이 대거 타버려서 오랫동안 생산량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이가 자랄 수 있는 숲이 복구되는 데는 40∼5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폭염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일시적으로 형성됐던 가격이 이제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강원 양양군에선 송이 1등급품의 공판 가격이 kg당 160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떨어진 바 있다. 공판 가격은 공판에서 낙찰된 평균 금액으로 지역마다 다르다. 이 금액에 유통 비용 등이 더 붙어서 소비자 가격이 형성된다.
산불 피해로 송이 가격이 급등했던 적도 있다. 주요 송이 생산지였던 경북 울진군은 2022년에 발생한 산불 이후 송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2021년 1만2159kg이었던 울진군 송이 생산량이 산불 이후인 2022년 3228kg으로 73.5% 급감해 kg당 공판 가격이 23만7373원에서 29만8182원으로 뛰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이후에는 등급이 낮은 송이가 많이 섞여 있을 수 있어 등급이 높은 송이의 가격 차이는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달 산불 피해 지역이 국내 최대 송이 주산지인 만큼 송이 수급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북 영덕군, 안동시, 청송군, 의성군 등 4개 지역의 송이 생산량은 2만625kg으로, 전국 생산량의 약 30% 수준이다. 특히 영덕군에서만 약 1만6000kg의 송이가 채취됐다.
● 3000ha 사과 과수원 피해 신고
산불로 인해 지난해 나타났던 ‘금(金)사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산불로 인해 사과 저장 창고가 피해를 입으면서 사과 도매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안동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부사(상·20kg 박스)의 주간 평균 도매 가격은 지난달 중순 7만 원대에서 산불 발생 후인 하순 9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선 8만 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산불이 올해 사과 생산량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달 중하순 꽃이 피어봐야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 3000ha에 달하는 과수원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산불 피해 지방자치단체는 15일까지 피해 조사를 진행한다. 각 지자체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합동 조사를 거쳐 정확한 피해 규모와 산불 복구 계획이 확정된다.
산불로 인한 사과 재배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생산량이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고추, 배추 등은 종묘를 기르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타 지역에서 공수하는 등의 대안이 있는데 사과는 다년생 작물이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피해 조사 결과를 보고 수급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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