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경제 위한 국제 협력과 코리아유레카데이[기고/민병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7일 03시 00분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한국에서 버린 옷이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가 ‘쓰레기 무덤’을 만든다는 뉴스를 접했다. 인류가 지금의 속도로 자원을 소비한다면 25년 뒤에는 지구가 3개쯤 있어야 감당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국 땅에 쌓이는 거대한 옷 무덤은 대량 생산, 짧은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의 결말을 예고하는 듯하다.

선형경제의 반대급부로 대두된 것이 순환경제다. 구매한 것을 최대한 오래 쓰고, 다양한 용도로 가치를 극대화하며, 다 쓰고 나면 회수해 자원을 재생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외 많은 기업이 순환경제 실현을 미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기업 애그로너지는 목재와 곡물 찌꺼기를 모아 열에너지로 만든다. 한국의 라잇루트는 폐이차전지 분리막을 고기능성 섬유 소재로 재생시킨다. 미국 루비콘은 폐기물 처리 소프트웨어로 기업 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 이상으로 인정받으며 폐기물 수거 업계의 우버로 불린다.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감염병 예방, 기후변화 대응 같은 이슈의 파급력은 특정 국가에만 해당하지 않고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범인류적 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서는 공조가 중요하며, 국가 간 공동 연구와 국제 기술 협력의 확대가 꼭 필요하다.

다음 달 초 독일 하노버에서는 한국과 유럽의 산학연과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기술 협력 확대를 도모하는 제16차 코리아유레카데이(Korea-EUREKA Day)가 개최된다. 유레카는 유럽을 중심으로 총 48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지원 네트워크로, 우리나라는 2009년 비유럽국 최초로 준회원국에 가입했으며 2022년 정회원국으로 승격됐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유레카를 통해 248건의 국제 공동 R&D에 참여했는데, 이것은 지난 15년간 코리아유레카데이에서 3500건이 넘는 파트너 매칭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라고 생각된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친환경·순환경제 기술과 첨단 제조 기술 혁신이다. 이번에 발굴되는 기술 협력 아이디어는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고할 ‘유레카 순환가치 창출 국제공동 R&D’ 사업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글로벌 기술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순환경제 사업화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이제는 모든 기업이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때다. 코리아유레카데이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이 국제 공동 연구의 기회를 잘 활용해서 미래에 순환경제 가치를 실현하는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순환 경제#국제 협력#코리아유레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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