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1.5조 물류센터 건립 추진…업계 “경제 식민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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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14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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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이 3년간 한국 시장에 약 11억 달러(1조 4500억 원)를 투자해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고 한국 셀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안에 2억 달러(2632억 원)를 들여 국내에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FC)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축구장 25개 면적을 합친 18만㎡ 수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쿠팡 대구FC(33만㎡)보다 작지만 컬리의 평택물류센터(19만 9762㎡)와 비슷한 면적이다. 다만 구체적인 장소나 사업장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류센터 건립을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통합물류센터는 단순 상품 보관은 물론 고객 주문에 따른 출고와 배송, 재고관리까지 처리할 수 있어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과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해외 직구 플랫폼의 단점인 ‘긴 배송 기간’을 짧게 줄이고 리빙 등 공산품 위주의 카테고리를 신선식품 등으로 확장하면 경쟁력은 크게 강화된다.

또한 알리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기 위해 1억 달러(1316억 원)를 투자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판매 채널 오픈 계획도 내놨다.

알리의 대대적인 공세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위협을 많이 느낀다. ‘경제 식민지’가 될 수 있겠다는 걱정까지 든다”며 “알리가 보유한 자본력을 생각하면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e커머스 시장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또 다른 유통 강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해외 e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국내법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역차별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에 역진출할 수 있는 정부 지원 및 국내에서의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국내 e커머스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알리의 투자 계획의 실행 여부와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업계는 쿠팡이 전국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6조 원의 투자와 10년의 세월을 들였다는 데 주목한다.

국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1조 원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며, 중장기적인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선례로 볼 때 중국 정부와 기업의 의사 결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엔 1원도 투자하지 않았다”며 “알리 역시 물류센터를 짓고 팔 수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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