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모기지가 더 비싼 게 말이 돼?”…43조 특례론 ‘이탈’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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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15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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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지난해 1월30일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News1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지난해 1월30일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News1
지난해 한시적으로 도입돼 인기를 끈 장기 고정금리 정책금융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중도상환 규모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까지 내려오자, 4%대 금리로 판매된 특례보금자리론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특례보금자리론 집행 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 달 동안에만 947억원(511건)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도 상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상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267억원(116건)이 처음 상환된 데 이어, 7월 349억원(150건), 8월 533억원(251건), 9월 555억원(270건)이 중도 상환됐다. 이어 10월 795억원(377건), 11월 839억원(433건)이 상환되면서 증가 폭이 커졌고, 12월 100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의 7개월간 총 조기상환 규모는 4285억원(2108건)까지 확대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최장 50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정책모기지다. 정부가 금리인상기에 차주들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했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면 소득과 상관없이 은행 주담대보다 낮은 연 4%대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수요가 몰렸고, 당초 목표액(39.6조원)을 초과한 43조원이 공급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촉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1년 전 출시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5~7%대에 육박했었다.

서울 시내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서울 시내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금리인상기가 사실상 마무리되고,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에 따른 은행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12월 말 기준 연 3.39~5.58%까지 내려왔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7월까지 일반형이 연 4.15~4.45%, 우대형이 연 4.05~4.35%였고, 이후 일반형은 연 4.65~4.95%, 우대형은 연 4.5~4.8%로 올라 은행 주담대와의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 등 시장금리는 빠르게 하락한 데 비해, 특례보금자리론의 기준이 되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금리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올해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일반 주담대로 갈아타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환 규모가 커질 경우 주금공의 경영 손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금공은 특례보금자리론 자금을 MBS 발행으로 조달했는데, 조기상환으로 이탈자가 늘면 채권 만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 출시 등으로 대출 갈아타기에 대한 인식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은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일반 주담대로의 전환 움직임이 당분간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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