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피’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코어패션의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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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명품 브랜드 협업 확산
아웃도어, 축구, 발레까지 접목
실용주의와 하이패션 트렌드 타고
고프코어, 블록코어, 발레코어 각광

하이패션과 스포츠웨어의 협업으로 화제가 된 구찌×아디다스의 2022 레디투웨어. 뎀나 그바살리아의 바통을 이어받은 구람 
그바살리아가 이끄는 2023 베트멍 레디투웨어에서도 스포티즘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미우미우는 2022 가을겨울 레디투웨어에서 
울과 니트 소재의 니삭스에 다양한 컬러의 새틴 토슈즈로 발레코어 트렌드의 시작을 알렸다. 프릴, 러플 장식의 풍성한 실루엣으로 
런웨이를 로맨틱하게 물들인 시몬로샤의 2023 레디투웨어. 로맨티시즘의 정수를 선보이며 발레코어 무드를 연출했다(왼쪽 사진부터).
 각 브랜드 제공
하이패션과 스포츠웨어의 협업으로 화제가 된 구찌×아디다스의 2022 레디투웨어. 뎀나 그바살리아의 바통을 이어받은 구람 그바살리아가 이끄는 2023 베트멍 레디투웨어에서도 스포티즘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미우미우는 2022 가을겨울 레디투웨어에서 울과 니트 소재의 니삭스에 다양한 컬러의 새틴 토슈즈로 발레코어 트렌드의 시작을 알렸다. 프릴, 러플 장식의 풍성한 실루엣으로 런웨이를 로맨틱하게 물들인 시몬로샤의 2023 레디투웨어. 로맨티시즘의 정수를 선보이며 발레코어 무드를 연출했다(왼쪽 사진부터). 각 브랜드 제공
스포츠 열기를 경기장에서만 즐기던 시대는 끝났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이나 농구 코트가 아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포츠웨어가 패션계를 점령하고 나섰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포츠와 명품 브랜드 간의 협업은 더는 생경한 풍경이 아니다. 스포츠웨어의 간판 나이키는 디올, 루이비통, 자크뮈스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지속하며 매 시즌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 올해에는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와 협업한 ‘에어포스1 1837’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티파니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가 적용된 이 한정판 스니커즈의 판매가는 400달러(약 50만 원). 리셀가는 이미 판매가의 수십 배를 넘어서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역시 지난해 구찌와 손잡고 ‘구찌다스(구찌+아디다스)’ 컬렉션을 발표해 역대급 협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여세를 몰아 올해에는 발렌시아가와 함께한 2023 봄여름 컬렉션 캠페인을 공개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대다수의 명품 브랜드들은 젊고 자유분방한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을 지속하며 하이패션과 스트리트패션의 경계를 허물고 럭셔리의 개념을 확장시켜 나가는 분위기다.

이번 시즌에는 고프코어, 블록코어, 브라질코어, 발레코어 등 특정 스포츠와 결합된 ‘○○코어’ 패션이 트렌드로 급부상하며 더욱 치열한 경쟁을 이어간다. 트렌드 선봉에는 고프코어(Gorpcore)가 있다.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활동 시 갖고 다니는 견과류인 고프(Gorp)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아웃도어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을 뜻한다. 고프코어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발렌시아가의 수장이자, 전 베트멍의 수석 디자이너 뎀나 그바살리아다. 그는 ‘아재 패션’이라 불리던 촌스러운 아웃도어를 하이패션 세계로 끌어낸 인물이다. 특히 그가 이끌던 베트멍은 젠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아웃도어 트렌드를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캠핑과 하이킹 열풍이 지속되면서 고프코어는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트렌드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를 잡았다.

축구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블록코어(Blokecore)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블로크(Bloke)는 사내 녀석을 뜻하는 영국의 속어다. 국내에서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핑크베놈’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제니가 착용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인 저지 티셔츠는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품절됐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 흐름을 놓칠 리 없었다. 발렌시아가의 2023 리조트 컬렉션에는 스포츠웨어 요소들이 가득했다. 쇼의 대미는 아디다스 삼선 패턴과 트레포일 로고,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저지 티셔츠 등 발렌시아가와 아디다스의 협업 아이템이 장식했다.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유니폼에서 착안한 구찌×팔라스 그래픽 저지 티셔츠 등도 블록코어 트렌드를 뒤따른다. 최근에는 블록코어의 유행에 힘입어 ‘브라질코어(Brazilcore)’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노랑과 초록의 강렬한 컬러 대비가 시선을 사로잡는 브라질 축구 유니폼을 활용한 패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각광받고 있다.

발레복을 일상복으로 옮겨온 발레코어(Balletcore)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미우미우 가을겨울 컬렉션 무대를 떠올려 보자. 오버 니삭스에 매끄러운 발레 토슈즈를 신은 모델들이 발레리나처럼 우아한 워킹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에는 액세서리와 슈즈를 넘어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 톱, 시어한 소재의 레오타드, 튀튀 스커트 등 발레 본연의 의상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로맨티시즘의 대명사 시몬로샤는 시어한 소재의 튀튀 스커트를 대거 선보이며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이번 시즌 유행하는 코어 트렌드의 공통점은 모두 실용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패션과 스포츠, 런웨이와 리얼웨이의 경계는 허물어진 지 오래다. 이번 시즌만큼은 골문을 열 듯 옷장 문을 활짝 열어두는 자신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안미은 패션칼럼니스트
#스포츠-명품 브랜드 협업#구찌다스#고프코어#블록코어#발레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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