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CS 코코본드’… 채권시장 신뢰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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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 CS 채권 순식간에 0원
업계 “코코본드 수요 사라질 수도”
유럽 채권 가격-은행 주가 폭락
금값 치솟고 비트코인도 강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는 UBS에 인수되면서 일단락됐으나,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22조 원 상당의 CS 신종자본증권(AT1·코코본드)이 상각 조치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자 주식보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채권 투자에 대한 의문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 채권 가격과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본드런(연쇄 채권매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한동안 채권시장에 ‘신뢰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우발전환사채의 한 종류인 AT1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위한 완충 장치로 도입됐다.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에 은행의 자본 비율이 사전에 설정된 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돼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 큰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주식보다는 안전한 ‘선순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믿음이 이번 사태로 깨져버렸다. CS 주주는 모두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는 반면에 채권 보유자들은 빈털터리가 되자 채권시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S AT1 보유자들은 스위스, 미국, 영국 변호사들과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5000억 원)의 CS 채권 상각은 유럽 AT1 시장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손실이다. 2017년 스페인 포풀라르은행이 파산하면서 전액 소각된 AT1 13억5000만 유로(약 1조9000억 원)의 10배가 넘는다.

상각 조치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보통주가 손실을 흡수하는 첫 번째 상품”이라 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채권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6억5000만 파운드(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독일 도이체방크 7.125% 금리 AT1은 전 거래일 대비 17.04% 떨어진 67.727펜스(100펜스는 1영국파운드)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6펜스를 밑돌면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AT1 캐피털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가치(NAV)는 1일 대비 10.76%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글로벌 AT1 시장 규모는 2750억 달러(약 360조 원)에 육박한다. 골드만삭스 수석 신용전략가 로피 카루이는 20일 로이터통신에 “장기적으로 AT1에 대한 수요가 영구적으로 사라질 위험(the potential permanent destruction in demand)이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은행들의 주가도 출렁였다. 같은 날 영국 런던거래소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주가는 615.0펜스로 전 거래일보다 3.00% 떨어져 마감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와 영국 HSBC홀딩스도 각각 2.29%, 0.07% 하락했다.

반면 투자 피난처로 주목받는 금, 가상자산 등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4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7% 상승해 온스당 198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이달 들어 7.45% 올랐다. 가상자산 역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2만7768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날에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2만8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 투자자는 손실을 대하는 태도가 주식 투자자와는 다르다”며 “금리 인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도가 떨어지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채권)자산에 대해 기피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cs 코코본드#채권시장#비트코인#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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