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유럽, 올겨울 최악 에너지 대란은 없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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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성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양지성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최근 유럽 에너지 위기와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불확실성은 높지만 올해 겨울 최악의 에너지 대란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유럽연합(EU) 27개국 천연가스 재고는 저장용량 대비 83.3%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9년을 제외하면 2015년 이후 현재보다 재고가 많았던 시기는 없다. 우려하던 겨울이 닥쳤는데 여전히 재고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둘째, 이번 겨울 재고가 소진되는 속도 역시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월까지는 난방 수요 급증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재고 소진 속도가 재고 축적 속도를 상회한다. 3월까지는 재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재고가 줄어드는 현상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재고가 줄어드는 속도이다.

재고가 천천히 소진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4가지이다. 우선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등 러시아 외 지역의 가스 공급이 기존 추세를 크게 상회하며 러시아의 낮은 공급량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가스 수요 절감을 위한 유럽 각국의 정책적 노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해 가스 수요가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겨울이 과거보다 따뜻해 난방 수요가 치솟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위와 같은 요인들을 종합하면 지난해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올해 겨울 유럽 전역이 에너지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 겨울이 종료된 시점에 가스 재고 역시 저장용량 대비 30% 이상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5개년 평균 수준에 해당한다. 각국의 재고 수준이 과거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함에 따라 이번 겨울 가스 부족 문제는 동유럽 등 취약국과 가스 의존도가 높은 일부 제조업에만 국한될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진전이 유럽 에너지 위기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겨울의 에너지 수급 여건이 이번 겨울보다 긍정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낮아진다. 러시아가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다. 이에 따라 올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러시아와 미국의 가스 공급량이다. 만약 러시아 가스 공급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유럽은 미국 LNG 수출 확대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이므로 미국의 LNG 수출 추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양지성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유럽#에너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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