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전기차에 꽂히다…전기차 패권 경쟁 본격화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31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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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전환이 글로벌 화두가 된 상황에서 전기차가 미래 산업의 핵심 화두로 눈길을 끈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갈수록 진보한 기술의 전기차들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는 글로벌 공급망 패권 경쟁의 중심에서 경제 안보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에 부응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사업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를 필두로 독일 폭스바겐그룹,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차그룹과 중국의 BYD오토 등이 전사적 역량을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한편, 저마다 전기차 특장점으로 무장하며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030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하는 완성차 업계에 전기차 경쟁력 확보는 미래 생존 전략 그 자체로 평가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 2025년 2172만대로…미·일·독·중 등 경쟁 가세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향후 8년간 전기차 관련 투자 금액은 1조2000억 달러(170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기차 시장 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74만대 수준인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5년 2172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 선두에 전기차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인 테슬라가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2030년까지 전세계에 12개 공장을 지어 테슬라 전기차는 연간 2000만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 업체인 일본 도요타(연간 1000만대) 생산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 독일 베를린과 중국 상하이에 총 4개 공장을 보유한 상태로 연간 생산량은 200만∼250만대로 파악된다.

머스크가 투자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테슬라가 10개 이상의 공장을 새롭게 지을 것으로 본다.

테슬라의 대항마로는 중국의 BYD도 거론된다. 이 회사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규모 면으로는 테슬라를 제쳤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BYD는 올해 3분기 전년보다 200% 이상 늘어난 53만7164대를 판매했다. 이는 테슬라(34만3830대)를 압도하는 수치다.

BYD의 강점은 수직 계열화다. BYD는 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 전자제어장치와 모터 제조공정까지 수직계열화한 세계 유일한 업체다. BYD는 올해 3월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완전히 접고 전기차만 만드는 회사가 됐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산업 전반을 이끈다. 전용 플랫폼인 E-GMP로 전기차 전환을 본격화하는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심으로 꼽히는 미국에도 공장을 짓고 생산량 확대에 나선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을 통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계획이다.

일본과 독일 완성차 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 2030년까지 전기차에 4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혼다는 올해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다.

폭스바겐그룹은 2033년부터 유럽에서 폭스바겐 브랜드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달 26일 밝혔다. 당초 2033년에서 2035년 사이로 잡았던 일정을 당겨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전기차가 글로벌 패권전쟁 화두로…무역분쟁 격화하나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휘발유 등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EU는 차량 제조사들이 2035년 이후 판매하는 신차의 탄소배출량을 100% 감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가솔린이나 디젤 등 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중국도 2025년까지 신에너지차 보급률을 25%까지 올린 후 2030년 40%, 2035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은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500만대를 넘길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경쟁은 강대국 간 무역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토록 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육성과 자국 중심의 공급망 내재화를 동시에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시장에 한국산 전기차 수출을 확대해온 현대차그룹은 IRA 시행으로 세액공제에 대한 불이익을 겪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국회가 나서 미국 정부에 유예기간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위원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IRA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해를 끼친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에 미국과 EU는 IRA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여기서 IRA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IRA엔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완성차 업체에 내년 이후 보조금 지급을 거부하는 등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준다는 조항도 있다.

전기차 전환이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대리전이 된 양상이다.

◆“한국산 전기차는 선전…경착륙 우려는 숙제”

이런 가운데 국내 전기차 관련 업계는 나름 선전해왔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국내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기아가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통해 선보인 전기차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수위 경쟁을 벌이는 등 전반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잘 대응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정비업소나 부품사 등 관련 업계의 전동화 전환도 고려돼야 하지만 아직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이나 배터리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주행거리도 늘어나고 충전 속도나 충전 인프라도 많이 깔려 전기차 전환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의 주도권이 커지면서 내연기관차 종식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해 보조금이 없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점이 될 수 있다”며 “전기차에 대한 각종 문제점, 비상시 대처방법 같은 매뉴얼들이 체계적으로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의 숙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경착륙되는 부분이 많다”며 “자유무역협정(FTA) 기조를 흔드는 미국의 IRA 같은 법안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로서는 좋지 않은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잘 하고 있다고 국내 배터리 3사가 톱10안에 꾸준히 들어있는 등 현황은 나쁘지 않다”며 “과연 몇 년 후에 어떨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3∼4년 사이에 경쟁이 더 격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배터리의 경우 추가적인 경쟁자들이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배터리 부문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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