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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정당한 이유 없이 원전 수리 막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디언 기우제’[기고]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입력 2022-06-29 03:00업데이트 2022-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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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올봄 가뭄이 심각하다. 평년에 비해 온도는 높고 어쩌다 오는 비는 해갈에 턱도 없이 부족하다.

옛날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하늘에 비를 내려 달라고 제사를 지냈다. 농경국가에서 물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다. 우리 역사의 일부인 북만주 지역의 부여국에서는 가뭄이 극심해 지면 왕을 기우제의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비가 안 오는 이유가 왕의 신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있다. 성공학이나 종교에서는 좋은 의미로도 쓰인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기도는 인디언처럼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부정적으로는 사정당국이 죄가 나올 때까지 무리하게 수사를 지속할 때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처지가 과거 우리나라 정치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비슷해 보인다. 혐의가 있어 탈탈 털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그에 대해 비난은 물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시절 원안위는 온갖 구실로 원전의 가동과 준공을 지연시킴으로써 탈원전 정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빛 4호기는 공극발견을 이유로 시간을 끌어가며 검사를 반복해 왔다. 그러느라 5년 넘게 발전소 가동이 중지되었다.

정치적 상황이 바뀐 현재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수리를 못하게 함으로써 사업자와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게 문제가 된다. 그래서인지 원안위는 또 다른 검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은 유례가 없는 상부 돔 부식여부 조사를 2차례에 걸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 졌다. 검사하느라 누더기가 되어 수리가 안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한빛 4호기와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2010년 10월 플로리다에 있는 터키 포인트 원전의 정기정비 중 작업자들은 원자로 격납용기 철판의 구멍을 발견했다. 발전소 소유회사인 플로리다 Power&Light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비긴급’ 문제를 통보하고 곧 바로 수리에 들어갔다. 위키피디아 터키 포인트 원전 페이지의 사건 이력에는 이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되지도 않는다. NRC는 절차에 따라 수리한 후 압력 테스트를 통과하면 되는 정도의 일로 보는 듯하다.

오히려 터키 포인트 관계자의 발표는 정기 정비 중 자신들이 시행하는 안전검사의 엄격함과 디테일함을 자랑하는 듯하다. 원안위는 이런 것이라도 추가로 찾아내어 장기정지의 구실을 삼으려는 것 같다.

원안위 홈페이지에는 적극행정과 소극행정의 정의가 소개되어 있다. 소극행정의 정의는 ‘공무원의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으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상 손실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로 소극행정의 유형으로 적당편의, 업무해태, 탁상행정 등을 열거하고 있다. 한빛 4호기는 원안위의 적극적인 소극행정 사례가 아닐까 한다.

가뭄이 오래되면 왕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를 지낼지도 모른다. 어디에선가 원안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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