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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근거없는 파산신청만으로 코스닥 기업 거래정지 속출

입력 2022-01-25 10:47업데이트 2022-01-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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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DB
코스닥 상장회사가 악의적인 파산신청에 휘둘려 해당 회사는 물론이고 주주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결과와는 아무 관계없이 파산신청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거래정지 되는 한국거래소 관련 규정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모자이크벤처스가 코스닥 상장기업인 디지캡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신청한 파산신청을 이달 10일 스스로 신청 취하해 파산사건이 종료되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디지캡은 파산 루머에서 일단 벗어났으나 신청 자체로 인해 회사경영과 대주주,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이미 막심하게 본 실정이다. 여기에 현 제도 하에서는 신청인이 스스로 파산신청을 취하한 경우에 파산신청을 반복 할 수 있기 때문에 ‘파산신청→한국거래소의 풍문 조회공시→거래정지→신청 채권액 공탁(에스크로 예치)→관리종목 모면→거래재개 순서를 다시 밟아야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디지캡 관계자는 “파산신청을 제기한 모자이크벤처스는 디지캡에 대한 채권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아 신청자격 조차 없는데 파산신청을 제기했다”며 “현행 제도로는 이런 경우에도 한국거래소가 신청 자체만으로 풍문 조회에 대한 공시를 요구하고, 터무니없는 루머라는 게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혹은 일정 금액을 공탁 또는 예치할 때까지 거래가 정지되는 맹점을 악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한국거래소의 파산신청 시 거래정지 예외 조항 중 하나인 공탁은 채권·채무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법원에 공탁할 수 없고, 공탁에 준하는 에스크로 계좌 예치 또한 당일 개설 및 입금이 안돼 최소 3~4일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꼼짝없이 거래정지가 되고, 주가가 하한가로 폭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파산신청만으로 거래정지 피해를 겪은 코스닥 상장기업이 디지캡 뿐만 아니다. 작년 하반기만에도 멜파스, 휴센텍, 엠투엔 등이 비슷한 고초를 겪었다. 특히 2018년 KJ프리텍의 경우에는 파산신청 후 취하를 반복해 두 달 새 4번의 거래 정지를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채권자와 투자자를 위해 마련된 제도의 허점 때문에 해당 기업과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나 한국거래소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거래정지 예외 규정을 내세우며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스닥의 이 같은 규정은 코스피와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법원에 파산신청이 접수됐다는 풍문은 물론 접수된 사실이 있어도 거래정지가 되지 않는다. 법원의 파산신청 결정이 있어야 거래정지로 이어지는데 반해 코스닥 종목은 법원의 추후 결정과는 무관하게 거래정지부터 되는 것은 제도적 맹점이라는 지적이다.

채무자회생법과 민사소송법에는 채권자가 소송을 취하할 경우 채무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파산법에는 동의 절차를 받을 필요 없이 신청과 취하, 재신청을 반복할 수 있어 악의적인 파산신청이 반복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강훈 변호사 (법무법인 열림)는 “이것은 명백히 법의 맹점 혹은 허점이며 이것을 알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며 “이로 인한 회사와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크고, 이를 방치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행위도 계속 반복될 것이므로, 제도적 개선과 아울러 악의적으로 허위파산 신청을 한 자를 신용훼손죄 등으로 엄히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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