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앞에 장사 없다”…세종, 부동산 ‘변곡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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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서 집값과 전셋값 모두 하락하고 있어요.”

지난 10일 세종시 한솔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초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미분양 나온 곳은 아파트가 아니라 도심형 생활주택”이라며 “세종시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호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던 세종특별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해 42.37% 급등하며 전국 1위 상승률을 기록한 세종시 아파트값이 7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분양 주택이 나왔다.

세종시 아파트 매맷값 하락세가 20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값은 0.33% 하락했다. 이는 2014년 7월 7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세종시 아파트값이 하락 폭을 점점 키우고 있다. 지난 11월 1일 ?0.01%로 하락 이후 ▲15일 ?0.10% ▲22일 ?0.12% ▲29일 ?0.26% ▲이달 6일 ?0.33%를 기록하며 하락 폭을 확대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신규 입주 물량 증가와 매물 적체 영향 등으로 2014년 7월 이후 약 7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라폭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거래가 하락세도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8억1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돼 신고가를 경신한 다정동 가온마을3단지 한신더휴(전용면적 76㎡)은 지난 10월18일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7개월 만에 1억6000만원이 하락했다. 또 지난해 11월 1일 13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새롬동 새뜸마을14단지(전용면적 99㎡)는 지난달 5일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세종시에서 미분양 물량도 나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세종시 미분양 주택은 129가구로 집계됐다. 2016년 4월(3가구)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미분양 물량 규모는 2015년 1월 나온 295가구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지난해 행정수도와 국회 이전론 등으로 세종시 집값이 급등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됐고, 공시가격 인상과 보유세 부담 가중 등이 맞물리면서 집값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9월 28일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또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집값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신규 입주 물량은 작년 4287가구에서 올해 7688가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세종시 연기면에 6000가구, 조치원읍에 7000가구 규모의 공공택지 조성계획을 내놓으면서 추가 공급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주택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수요를 넘어선 충분한 공급으로 급등했던 세종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 억제 대책이 아닌 입주 물량을 단기간에 공급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국회 이전 호재는 이미 지난해에 세종 집값에 반영된 상태라 향후 집값 조정의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반등하기보다는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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