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위해 7억 대출받았어요”…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첫날 14조 몰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9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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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오늘만 여기를 4번째 오네.”

9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한국투자증권 여의도금융센터에 김모 씨(70·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김 씨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해야 한다고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며 “남편은 다른 증권사에서 청약하고 있고, 나는 대기 번호표를 받으려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청약을 위해 7억 원을 대출받고 가족들 돈 3억 원을 끌어 모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첫 대어(大漁)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시작하자 투자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청약 첫날에만 14조 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6개 증권사에 첫날 14조1474억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SK바이오팜(5조9412억 원)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8조6242억 원)의 첫날 증거금을 훌쩍 뛰어넘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75.87 대 1이었다.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물량이 배정된 NH투자증권의 경쟁률이 82.38 대 1이었고 △한투증권 78.16 대 1 △미래에셋대우 63.32 대 1 △삼성증권 154.08 대 1 등이었다.

특히 올해부터 일반 공모주 청약에 ‘균등배분 방식’이 도입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 인기 공모주에 청약해 1주라도 받으려면 증거금으로 최소 수천만 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최소 청약 증거금 이상만 납입하면 배정 물량의 50% 내에서 동등하게 배정 기회가 주어져 적은 돈으로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도 최소 청약 물량인 10주를 청약하고 증거금의 50%인 32만5000원을 납입하면 적어도 1주를 받을 수 있다. 여러 증권사에서 중복 청약도 가능하다. 6개 증권사에 모두 계좌를 만들어 각각 청약을 하면 6주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이날 여러 증권사에 주식 계좌를 만들어 청약에 나선 투자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영업점에서 만난 주부 이모 씨(58)는 “소액으로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이달 들어 증권사 3곳에서 계좌를 새로 텄다”고 했다.

청약 마지막 날인 10일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약을 진행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비례 방식으로 배정되는 물량이 절반으로 줄다 보니 10일 오후까지 눈치를 보다가 막판에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18일 상장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고 상한가)에 성공하면 주가는 16만9000원까지 치솟는다. 1주당 10만4000원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다만 상장 이후 주가 전망에 대한 신중론도 나온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인상 여파로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데다 소액 청약자가 늘어난 만큼 상장 초반 차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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