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차관은 “정세균 총리가 지시한 대로 국회에서 논의할 준비를 우리가 충실히 해야 한다”며 “저희가 반대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례를 1차로 조사한 내용을 소개한 것인데 그렇게 (반대하는 것으로) 비쳤다”고 해명했다.
정 총리는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다시 한번 못 박았다.
홍 부총리는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여당, 총리 등 상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직접적인 저항도 반대도 하지 않으면서 ‘다만’이라며 그래도 미약하나마 저항한 흔적을 남겨놓는 홍남기식 특유의 처신 및 어법이다.
정 총리의 발언은 기재부 차관의 발언 가운데 어디가 잘못 됐는 지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특히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냐?”는 표현은 정치인들이 전문성 갖춘 직업 공무원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 지를 내비친 대목이다. 마치 ‘영혼 없는 공무원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라는 말이 생략돼 있는 느낌마저 준다.
정치인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비슷한 발언이 최근 있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탈(脫) 원전 정책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에 착수한 데 대해 “소중하고 신성한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그 권한을 권력으로 휘두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했다.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 등의 업무처리가 적정한지를 살피는 지 검사 감독해서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피는 기관이다. 마찬가지로 기재부는 어느 정권이냐에 상관없이 나라 곳간 관리를 잘 해 국민이 낸 세금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살피는 기관이다.
기재부가 앞서 살펴본 나라는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이다. 김용범 차관의 설명대로 법제화를 통해 지원한 나라는 없었다. 그래도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규모와 속도가 한국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 이달 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코로나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휴업보상금으로 하루 6만 엔(약 6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긴급사태 선언 때의 4만 엔(약 40만 원)을 6만 엔으로 올렸다. 이번 긴급사태 예정 기간은 한 달이므로 영업일수를 따져 최대 180만 엔(약 1800만 원)까지 지급한다. 휴업이라고 해도 종일 휴업도 아니고 오후 8시 이후의 휴업이다. 독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12월 16일부터 부분 봉쇄에 들어가면서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거나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떨어진 업체에 대해 전년도 같은 기간 매출액의 75%까지 보상하는 조치를 취했다”(동아일보 1월 14일자 송평인칼럼 ‘분노하라! 자영업자들이여’)
정 총리의 질책이나 의원들의 발의안을 봐도 자영업자의 지원에 대한 취지만 장황할 뿐이지 이를 법으로 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도화 방법은 무엇인지, 외국의 벤치마킹할 입법사례는 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하면 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소요 재원은 어느 정도 되고 감당 가능한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재정당국으로서 의당 해야 할 소명”이라고 한 것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 발언이다. 하지만 부총리의 ‘다만’이라는 넋두리 독백 이상의 실질적 의미는 없어 보인다.
4차까지 진행된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기존의 법 조항에 근거해 여야와 정부가 합의해 규모를 정하고 비교적 신속하게 집행됐다.
오히려 별도 법으로 규정해놓으면 지원대상 선정, 피해 규모 산정, 집행 절차 등이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 태풍 등 주로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를 구제해주는 재난안전법의 경우 예컨대 태풍이 모두 지나간 뒤, 엄격한 손해사정을 통해 피해자 피해규모를 정해 지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위법이 되기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로서는 절차를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신속하고 유연하게 집행하려면 오히려 정부와 여야가 논의해 추경을 통해 집행하는 것이 나은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제화할 경우 정치인들이 ‘이런 지원 법을 내가 혹은 우리가 만들었다’는 생색내기 외에 어떤 실익이 있을까 다시 한번 냉정히 따져 봐야할 문제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대통령의 체중계는 괜찮은 걸까[오늘과 내일/박중현]
이낙연, 홍남기 면전서 “정말 나쁜 사람” 비판
홍준표 “이낙연 몸부림 가련해…똑같이 사찰해 놓고”
‘文 사전승인’ 함구하는 靑…휴일 檢인사 전 무슨 일이?
[김도연 칼럼]거짓에 너그러운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국토부 “가덕공항 안전성 문제… 특별법 반대 안하면 직무유기”
Copyright by dongA.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