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에도 개미투자자 몰려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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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타격 기업들 자금 조달… 지난달에만 1조8000억 규모 발행
투자처 못찾은 개인 적극 동참
하반기 기업공개도 활기 띨듯


지난달 대한항공은 7937만 주 상당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127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신주(新株)의 대부분은 우리사주조합, 구(舊) 주주가 가져갔지만 이 가운데 211만 주(2.65%)가량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진행했다. 공모 청약에 몰린 자금만 약 3조7000억 원. 124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이른바 ‘흥행 상품’이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이 활황인 점을 이용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적절히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최근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유가증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 ‘코로나 경영난’ 기업들, 유상증자로 탈출구 마련

26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주식시장에서의 주식 발행규모는 2조664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 6월보다 약 75%, 8900억 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이뤄진 유상증자는 총 9건으로 1조8241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이는 3건에 그친 6월(3969억 원) 대비 359.6%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유상증자의 대부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진 대한항공(1조1270억 원)과 CJ CGV(2209억 원) 등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기업어음(CP)도 총 30조4099억 원이 발행되며 6월(25조1133억 원) 대비 21.1%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 주도로 유상증자가 이뤄지면서 주식 발행규모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도 “최근 주식시장의 ‘V자 반등세’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 3월 1,4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최근 2,400 선까지 수직 상승했다.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 대출이나 채권에 비해 자금 조달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숨겨도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맹점도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전환사채(CB)에까지 ‘개미 투자자’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로템 전환사채 일반청약에 7조8986억 원이 몰리며 약 47.72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빅히트 등 대어급 상장 예고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활력을 되찾는 모양새다. 최근 SK바이오팜을 필두로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달 총 18개 기업이 상장했고, 공모금액만 1조4969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금투업계는 최근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증시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여러 기업들이 IPO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공모액 3200억 원 규모의 카카오게임즈는 26일부터 수요예측에 들어갔고,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이달 초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공모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외에도 박셀바이오, 퀀타매트릭스, 이오플로우 등 공모액 200억∼600억 원대의 바이오 및 진단기기 관련 업체들도 각각 9월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등 IPO 시장 전반이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이어지며 IPO 시장 규모가 5조∼6조 원으로 커질 것”이라며 “하반기 기준 IPO 시장 역대 최고 기록(5조3000억 원)을 깰 가능성노 높다”고 분석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자현·장윤정 기자
#유가증권#개미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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