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에 폭우에 이젠 태풍…“과수 농사 폭망, 이런 시련은 처음”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26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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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다 떨어져버린 전남 순천시 월등면 ‘순천만 회춘농원’의 복숭아. /© News1
폭우로 다 떨어져버린 전남 순천시 월등면 ‘순천만 회춘농원’의 복숭아. /© News1
“배농사 40년에 이런 시련은 처음이다.”

26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과수원에서 만난 ‘나주배 장인’ 김문석씨(68)의 탄식이다.

김씨는 북상하는 8호 태풍 ‘바비’가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다는 소식에 과수원을 정비하면서 단단히 대비하고 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40여년 동안 배농사를 지어온 그지만 2000평 배 과수원에 매달린 과일은 30%에 불과하다.

나주배연구회 금천면지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배농사는 자신 있었지만 올해 잇따라 덮치는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이다.

당장 몇 개 남지 않은 배마저도 최대 성수기인 추석까지 매달려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태풍 ‘바비’가 몰고 올 비바람을 견뎌내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봄 냉해로 수세가 약해져 있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열매가 떨어져 버린다. 태풍이 몰고 올 비바람을 견디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해처럼 농사가 힘겹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나주시는 나주배의 70%가 냉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유독 자연재해가 심했던 올해는 배농사뿐만 아니라 감농사 역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전남 영암군 금정면에서 8000평 규모의 대봉감(떫은감) 농사를 짓고 있는 민병우씨(52)도 봄철에 내린 서리로 과수원의 90%가량이 냉해를 입었다.

예년 같으면 가지가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만 올해는 나무에 매달린 감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그나마 봄 냉해를 견뎠던 열매들도 여름철 쏟아진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씨는 “감이 매달려 있는 나무를 찾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그나마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은 감나무 잎에 피해를 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양 공급이 안 된 감은 곧바로 떨어져 버린다”고 설명했다.

순천시 월등면에서 1000평 규모의 친환경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배회춘씨도 올해 농사는 말 그대로 ‘폭망한’ 상황이다.

배씨는 “예년 같으면 8월 말까지 복숭아 수확을 했는데 올해는 냉해에 폭우피해에 과일이 떨어지고 썩고 해서 일찌감치 농사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특히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으며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해 온 그는 환불과 재발송을 반복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소비자들의 신뢰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배씨는 “그나마 몇 개 달려 있는데 태풍이 다 쓸어버릴 것 같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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