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난에 상반기 법인세 작년보다 31.5% 덜 걷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나라살림 적자 역대 최대 110조
코로나로 곳간 비는데 돈쓸곳 늘어… 4차추경 편성땐 재정적자 더 커져

올해 상반기(1∼6월) 나라살림이 사상 최악인 110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세금 수입은 쪼그라든 반면 3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지출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 편성 요구가 커지고 있어 나라 가계부의 적자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발간한 ‘8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국세수입은 132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9%(23조3000억 원) 급감했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수입이 두드러지게 줄었다. 상반기 법인세는 29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13조5000억 원) 덜 걷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내수와 수출 동반 침체에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진 탓이다.

가계소득이 줄고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상반기 소득세(40조9000억 원)도 전년 동기 대비 3조7000억 원 감소했고, 부가가치세(31조 원)도 3조5000억 원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1년간 걷으려는 세금 목표액에서 실제 걷은 금액의 비율인 세수 진도율(2차 추경 기준)은 6월 말 45.7%로 지난해(53.2%)보다 7.5%포인트 떨어졌다. 상반기 정부 목표치의 절반도 세금이 안 걷힌 셈이다.

이에 반해 지출은 크게 늘었다. 6월까지 쓴 나랏돈은 316조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1.0%(31조4000억 원)늘었다.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이 커지면서 상반기 재정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는 110조5000억 원으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적자 규모(―54조4000억 원)를 2배 이상으로 뛰어넘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상반기와 비슷한 111조5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에 보통 재정 조기 집행 등으로 재정수지가 나빠지며,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납부를 유예한 세수가 확충되기 때문에 연말까지 적자 규모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경기 회복세가 늦어진다면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목표로 한 적자 규모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지는 4차 추경 편성 요구도 변수로 꼽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나 수해 복구를 위한 재정 투입도 필요하지만 이미 3차례 추경을 한 상황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며 “지금의 속도로 적자 규모가 커진다면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기업경영난#상반기#법인세#나라살림#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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