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맡길 곳 없다고…버림 받는 반려견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7월 30일 05시 45분


지난해 유기 동물 13만5791마리…여름 휴가철 집중
무책임한 반려인의 태도 큰 원인
등록 의무화·처벌 강화 목소리도
정부, 반려동물 위탁소 홍보 앞장

반려동물 유기는 1년 중 여름 휴가철에 크게 늘어난다. 반려인의 책임감 없는 태도로 인해 버려지는 유기동물들을 위해 전문가들은 동물 등록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제공|동물구조119
반려동물 유기는 1년 중 여름 휴가철에 크게 늘어난다. 반려인의 책임감 없는 태도로 인해 버려지는 유기동물들을 위해 전문가들은 동물 등록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제공|동물구조119
“이렇게 쉽게 버릴 거면 도대체 왜 가족이나 아이라는 표현을 쓰나요. 가족이나 아이도 쉽게 버리나요. 책임감이 없으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아야죠.”

한 동물보호운동가의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났다. 유기됐다가 구조된 동물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슬픈 그림자가 비쳤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유기동물의 수는 여름 휴가철에 크게 늘어난다. 휴가에 동행하기는 부담스럽고, 집에 놔두고 떠나면 돌봐줄 사람도 없으니 유기를 하는 무책임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기동물 통계를 보면 6∼9월 휴가철에 유기동물 수가 집중됐다. 2019년에는 1월 9176마리, 2월 7879마리였다가 7월 1만4519마리, 8월 1만3036마리, 9월 1만2873마리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유기된 동물이 13만5791마리에 달했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이유는 반려인의 책임감 없는 태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평소에는 반려동물처럼 둘도 없이 지내다가 휴가를 떠나거나 키우기 곤란한 사정이 생기면 순식간에 안면몰수하는 것이다.

유기된 반려동물은 어떻게 될까.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나 동물보호운동가들이 구조해 동물보호소로 보낸다. 전국의 동물보호센터는 284개소(2019년 기준)로, 운영비용으로만 232억 원이 들어갔다. 희귀종이나 고급으로 분류되는 반려동물은 운 좋게 분양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양률은 26.4%에 불과하며, 소유주 인도도 12.1%에 그쳤다. 21.8%에 달하는 반려동물은 안락사 됐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동물 등록비율을 높이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19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79만 7081마리이며, 누적 등록된 반려견 총 숫자는 209만2163마리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견의 숫자가 598만 마리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등록된 반려견의 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솜방망이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유기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유기 동물이 너무 많아 행정당국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처벌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농식품부도 동물 유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민관 합동 홍보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의 주제는 ‘동물의 소중한 생명, 지켜주세요’다. 농식품부는 휴가 인파가 집중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동물과 외출 시 목줄·인식표 부착 ▲맹견과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 필수 ▲동물 학대 및 유기 금지 당부 ▲휴가기간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반려동물 호텔 등 위탁관리 영업장 위치 정보 제공 등을 홍보할 계획이다.

김호승 객원기자 inewsm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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