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WTO 총장 선거전…“유명희, 선진국-개도국 갈등 풀 열쇠”

뉴시스 입력 2020-07-12 07:22수정 2020-07-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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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부터 3일간 WTO 회의 열려
유 본부장, 후보 8명중 5번째로 정견발표
경력 화려한 나이지리아·멕시코 후보와 경쟁 구도
전문가들 "WTO 존망 달린 시기…중재자에 메리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수장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표심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최근 K-방역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이 힘을 더해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9월7일까지 선거운동 기간 주어져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15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차기 사무총장 임명을 위한 특별 일반이사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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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는 WTO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유 본부장은 8명의 후보자 가운데 5번째로 15분간 정견발표에 나선다. 이후 1시간15분가량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끝으로 5분간 마무리 발언 시간을 갖게 된다.

정견발표를 시작으로 오는 9월7일까지 선거운동 기간이 주어진다. 현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돌연 사임으로 이번 선거가 진행되는 만큼 이후 절차는 간소화될 수 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오는 8월31일 자로 물러나겠다는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선거운동이 끝나면 164개 회원국 협의를 거쳐 지지도가 낮은 후보를 탈락시키는 절차를 반복하게 되는데 통상 이 과정은 2개월가량 걸린다. 최종 선출은 WTO 일반이사회에서 단일 후보를 채택하면서 마무리된다.

앞서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당선될 당시에는 2012년 12월31일 9명의 후보 접수가 마감된 이후 2013년 4월12일 일반이사회 의장이 제1차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5명의 후보군을 발표했다.

같은 달 26일 2차 협의 결과를 보고하면서 최종 후보는 2명으로 줄었고 다음 달 8일 일반이사회 의장, 분쟁해결기구(DSB) 의장, 무역정책검토기구(TPRB) 의장이 최종 후보를 회원국들에 권고했다. 이후 5월14일 열린 일반이사회에서 회원국들은 아제베도 사무총장의 취임을 공식 수락하게 된다.

이번에도 후보가 8명이기 때문에 기간은 단축되지 않을 수 있다. WTO 사무국은 구체적인 진행 방식과 일정 등 회원국 협의 절차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과 회원국 간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후보자 마감 마지막 날 3명이 추가됐다.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며 “후보가 추가될 때마다 장·단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분석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韓, 위기의 WTO 구할 적임자”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에는 한국을 포함해 영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에서 후보를 냈다.

유 본부장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 꼽힌다.

역대 WTO 사무총장에 아프리카 출신이 없었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력도 가장 눈에 띈다.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세계은행(WB)에서 25년간 일하면서 2011년에는 부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이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했다.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와 케냐에서 같은 아프리카 출신 후보가 나온 상황이라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 측면에서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 담당 차관도 유력 후보로 분류된다. 세아데 차관은 WTO 초대 사무차장으로 WB,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다만, 현재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멕시코 출신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하면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또한 현 사무총장이 브라질 출신으로 같은 중남미 지역이기도 하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슷한 경력을 지닌 후보자들 가운데 한두 명의 경력이 주목받으면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무총장 선거에서 과거의 관행을 따질 만큼 현재 WTO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배경에는 미국의 견제로 인한 WTO의 위상 저하가 언급되기도 한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등이 WTO의 개발도상국 특혜를 받고 있지만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WTO의 분쟁 해결 최종심을 담당위원들의 선임에 지속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WTO는 지난해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이 사실상 중지되면서 분쟁해결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WTO의 난제는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갈등이다. 이 문제를 풀어 건실한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과도기 단계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며 “지난 30여 년간 WTO 체제에서 경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개도국의 어려움도 알고 있고 선진국이 얘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선진국 입장에서는 WTO가 개도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우려한다”며 “WTO 존망이 달린 시기인 만큼 극단에 있는 사람보다는 중재자에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우리나라의 행보가 이번 선거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의 무역 제한 조치가 팽배할 가능성을 우려해 WTO는 이 부분에 대한 통보 의무 이행을 강조하는 등 많은 신경을 써왔다”며 “국제 무역·개발 협력 측면에서 K-방역 시스템과 치료 사례 공유 등은 우리나라가 내세울 만한 요소”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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