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익 공유제, 해외서도 법으로 제도화한 경우는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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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추진 ‘협력이익공유제’ 논란

정부와 여당이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이른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에 불을 지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사전 약정에 따라 이윤을 나누는 것이 이 제도의 주요 내용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조정식 의원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사항이자 현 정부 출범 이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던 협력이익공유제는 20대 국회에선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76석의 거대 여당이 탄생한 21대 국회에서 반시장적인 법률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재계는 해당 법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이윤 과점-중소기업의 희생’이라는 것은 이분법적 프레임”이라며 “해외에서도 이익공유를 법으로 제도화한 곳은 없다. 이를 굳이 왜 도입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외 변수로 생존 위기를 겪는 대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사실상 ‘준조세’가 생기는 형국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권혁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협력이익공유제는 이익은 공유하지만 손실은 공유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 공급업체의 기여도를 따지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A라는 스마트폰 완성품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수많은 부품업체가 각각의 기여도에 따라 나눠 갖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 적용 대상에 따라 국내외 기업 간 형평성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해외에도 협력사와 이익을 나누는 모델이 있긴 하다. 그러나 해외에선 기업이 경영 전략상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성과공유제’인 반면 국내에서 논의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정부 주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윤 분배를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과공유제는 1959년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최초로 도입했다. 부품 공급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안을 해서 실제 성과로 이어지면 이에 따른 이익을 50 대 50으로 균등하게 나눴다. 도요타를 시작으로 미국의 크라이슬러,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 자동차 업체와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비슷한 제도가 확산됐다.

재계는 국내에서도 자율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성과공유제만으로 충분한 상생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시작한 포스코는 협력사와 공동 과제를 수행하며 지금까지 총 4000여억 원의 성과를 협력사에 보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대기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경영활동의 결과라는 점을 전제로 중소기업 진흥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미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 중인데 추가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협력이익공유제#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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