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싸거나, 아예 비싸거나… 외식-유통업계 ‘극과 극’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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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초저가 아니면 초고가.’

내년 사업 계획을 짜는 백화점 업계의 화두다. 주요 점포는 럭셔리 브랜드 매장으로만 채우고, 나머지 점포는 ‘아웃렛’처럼 변화시켜 중저가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짠 곳도 있다.

고급 쇼핑 채널의 대명사인 백화점이 ‘전에 없는 길’을 가는 것이다. ‘애매한 가격은 안 된다’는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에서 중간 가격대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핸드백, 여성패션은 뚜렷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선 핸드백 상품군이 최근 5년 동안 매년 매출이 줄었고, 여성패션은 올해 1.8%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럭셔리 제품은 올해 31.6% 성장했다.

소비 양극화 경향에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패션업계, 외식업계 등도 초저가와 고가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폴바셋 등 고급 커피 브랜드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5000원 안팎에 이르는 반면 1000원 미만의 아메리카노도 늘고 있다. 전국 150여 개 가맹점을 오픈한 커피온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900원에 책정했다. 이 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고 포장 고객을 겨냥해 가격을 낮췄다. 두 달 전 서울 종로구에서 초저가 커피 가맹점을 시작했다는 심모 씨는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기존 단골손님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 진입도 많아졌다”며 “이전보다 손님이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2만 원 내외가 많던 치킨 역시 1만 원 미만 가격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훌랄라숯불치킨은 2개월 전 자회사 고려통닭을 출범시킨 뒤 ‘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올해 4월 시작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5000원)은 매달 전국 지점에서 10만 개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26주년 기념 기획 상품인 ‘두마리치킨’(9800원) 역시 이달 2∼13일 11만 마리(5만5000박스)가 전량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4만 원대 빙수, 10만 원대 뷔페를 선보이는 특급호텔은 문전성시를 이룬다”면서 “반면 중간 가격대인 계절밥상, 빕스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등을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가격대를 낮추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에 입점해 있다가 국내 사업에서 철수한 패션 브랜드가 2016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6개에 이를 정도로 업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2016년 라베노바, 잭울프스킨을 시작으로 랑방스포츠, 피에르가르뎅, 빨질레리, 23구골프 등이 사업을 접었다. 모두 중저가의 애매한 가격대 제품들이다.

LF는 기존 마에스트로보다 30% 저렴한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를 2017년 론칭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오프라인 사업을 철수했던 엠비오와 빈폴키즈를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이며 가격대를 낮췄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여성 기모레깅스 2장을 온라인에서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초고가 가전과 초저가 가전을 동시에 선보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LG 시그니처, LG 오브제,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등 초고가 가전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이마트 자체브랜드(PB)를 통해 초저가 TV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초특가나 프리미엄이란 수식어가 기본적으로 따라붙지 않으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면서 “편의점 역시 도시락 제품을 프리미엄과 초저가로 구분해 판매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신희철 hcshin@donga.com·조윤경 기자
#초고가#초저가#유통#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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