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10월이냐 11월이냐…기준금리 역대 최저점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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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9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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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News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News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하향 조정할 뜻을 내비치면서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한은 기자단 워크숍에서 “하방리스크가 커져 올해 경제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에 무게를 실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한일 갈등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2% 성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7월 3년여만에 인하돼 현행 연 1.50%다.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부진을 고려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이르면 10월에 한 번 더 내리고(연 1.25%), 내년 중 다시 한 번 떨어뜨릴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기준금리가 연 1.25%로 내려가면 역대 최저치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준금리는 최저점인 연 1.25%였다. 내년 기준금리가 연 1.00%로 떨어진다면 우리나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연 1.25% 밑으로 내려가면 금융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훨씬 더 큰 실효하한 단계에 접어들 수 있어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확실시…남은 건 10월이냐 11월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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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2.00~2.25%에서 1.75~2.00%로 0.25%p 인하해 금통위의 금리인하 부담감을 덜어준 상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은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우리만 기준금리를 낮춰 한미 기준금리 역전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우려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결정은 우리나라 기준금리 향방 결정에 핵심 고려 사항이다.

이주열 총재도 연준의 최근 금리인하에 대해 “여타국의 입장에서 보면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시사 발언은 더 강해진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p나 내린지 4개월만에 또다시 하향 조정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오는 11월 경제수정전망을 내놓는다.

이 총재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반도체 경기가 부진한 수출과 투자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으면서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했다. 그는 “투자심리 위축과 소위 글로벌 밸류 체인 약화 가능성을 종합하면 불확실성의 여파로 연내 글로벌 경기의 흐름이 반등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현행 연 1.50%로 동결했던 지난 8월 정례회의 때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제기한 것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소수의견은 통화정책의 ‘깜빡이’로 여겨지며 향후 방향을 알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 총재 역시 “경제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꾸준히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두 나라는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데다 격전지 중 하나인 IT분야(美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는 반도체와 닿아있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교역량이 줄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8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냉온탕을 오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화적 태도를 보이며 다음 달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스몰딜’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미국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으며 그 나비효과로 미중 무역분쟁이 조기 타결될지, 장기화될지 양 갈래 길에서 또다시 안갯속을 걷고 있다.

국내 증권사 소속 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뚜렷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4분기 금리인하 이후 내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1.00%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반대로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고려해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가는데 신중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1.50%→1.25%)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6차례나 하향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2%는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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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거듭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1%대 성장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오는 11월29일 한은이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이때는 3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반영돼 정확도가 보다 높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p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월 2.9%에서 같은 해 7월(2.8%), 10월(2.7%)에 이어 올해 1월(2.6%), 4월(2.5%), 7월(2.2%) 등 5차례 걸쳐 0.7%p나 하향 조정됐다. 11월에 또 낮추면 6번째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한은의 예상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이 총재 지난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의 달성이 녹록지 않다”고 말해 성장률 전망치 추가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하향 수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4분기 모두 전분기 대비 0.9~1.0% 수준의 성장이 필요하다. 1·2분기 성장률은 각각 -0.4%, 1.0%였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25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0.3%p 낮췄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9일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민간 연구소 중 한국경제연구원은 가장 낮은 1.9%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과 금융연구원은 2.1%, LG경제연구원은 2.3% 성장률을 전망했다. 해외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진작부터 1%대였다. BoA메릴린치(1.9%),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IHS마켓(1.4%), ING그룹(1.4%) 등 외국계 기관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가 2.0% 성장도 이루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오는 11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 뿐만 아니라 2021년 전망치도 발표한다. 지난 7월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높은 2.5%로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 장기 성장세에 대한 기관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2020·2021년 성장률에 대한 한은의 판단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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